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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 길을 묻다] “대기업 장애인 고용, 의무제만으로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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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김남형 기자

승인 : 2025. 12. 23. 08:30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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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12월 19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고용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장애인 고용률이 조금씩 오르고는 있지만, 앞으로 크게 개선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종성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은 지난 19일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 고용 정체의 원인을 단기 경기 요인이 아닌 인구 구조와 노동시장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생산 가능 인구가 줄고 고령 장애인 비중이 커지는 데다, 장애인 인구 자체가 중증·발달장애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고용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장애인 고용률은 전체 노동시장 고용률의 약 3분의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이사장은 "고용률 자체도 낮지만, 더 큰 문제는 질"이라며 "중증장애인 비중이 높아질수록 단순 취업 알선이나 숫자 맞추기식 접근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취업 이후까지 고려한 직무 설계와 역량 강화가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의무고용제도의 실효성 문제도 짚었다. 지난해 기준 전체 평균 장애인 고용률은 3.21%로 민간 의무고용률(3.1%)을 소폭 웃돌았지만, 1000인 이상 대기업 고용률은 2.97%에 그쳤다. 이 이사장은 "오히려 중소기업이 더 많이 고용하고 있고, 대기업이 평균을 끌어내리는 구조"라며 "재정 여력이 있는 기업일수록 장애인 고용에 소극적인 현실은 분명히 짚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고용 컨설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공단은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해 장애 유형별로 적합한 직무를 발굴하고, 채용 이후 적응 단계까지 지원하는 방식의 컨설팅을 확대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기업들이 막연한 부담을 느끼는 지점을 하나씩 해소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장애인이 할 수 없는 일을 찾기보다, 할 수 있는 직무를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확대는 공단이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다. 현재 대기업들이 자회사 형태로 설립한 표준사업장은 지난해 말 기준 171곳, 종사 장애인은 약 7000명 수준이다. 이 이사장은 "표준사업장은 단순한 고용 수단이 아니라 기업과 장애인이 함께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방식"이라며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사업장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대응도 강조했다. 그는 "자동화로 단순·반복 업무는 줄어들고 있지만, 기술 발전은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며 "AI 데이터 관련 직무, 디지털 콘텐츠, 분석 업무 등은 장애인에게도 충분히 열려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공단은 현재 전국 10곳에서 디지털훈련센터를 운영 중이며, 2026년까지 17개 시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이사장은 "동탄에 새로 문을 연 경기남부직업능력개발원은 AI·신기술 중심 훈련에 특화돼 있다"며 "장애인도 디지털 역량을 갖춰야 임금과 직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시대의 노동개혁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서 끝나선 안 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 고용을 둘러싼 인식 개선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식 개선은 숫자로 성과를 재기 어려운 영역이지만, 가장 오래 걸리고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직접 만나고 함께 일하는 경험이 쌓여야 편견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장애인 문화예술 공연, 체육 활동, 다양한 직무 사례를 사회에 노출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장애인 고용은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의 문제"라며 "누군가를 배려하는 정책이 아니라, 노동시장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노동개혁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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