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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 ‘한국형 국부펀드’ 출격… “수익 높다면 어디든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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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지훈 기자

승인 : 2025. 12. 14. 17:53

정부, 내년 상반기 출범 추진
싱가포르 테마섹 선진모델 벤치마킹
외환보유액 중심 KIC 공격운용 한계
해외주식·사모펀드 등 투자 가능성도
구윤철 부총리, 2026년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사...<YONHAP NO-4536>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내년 상반기 설립을 목표로 이른바 '한국형 국부펀드' 출범을 추진한다. 외환보유액을 재원으로 하는 기존 한국투자공사(KIC)와는 달리, 수익성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로 한 독립적 투자기구를 새로 만들어 보다 공격적인 운용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국부펀드들이 미래 성장자산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며 국가 재정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해온 점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형 국부펀드는 싱가포르 테마섹, 호주 퓨처펀드 등 해외 선진 국부펀드를 벤치마킹한다. 이들 펀드는 특정 산업 보호나 정책적 목적보다는 중장기 수익 창출을 중심에 두고, 주식·사모펀드·대체투자 등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폭넓게 투자해 왔다. 특히 시장 상황에 따라 적극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며 민간 투자자에 준하는 운용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11일 기재부 업무보고 사후브리핑에서 "한국형 국부펀드는 싱가포르 테마섹을 벤치마킹했다"며 "테마섹은 미래의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산업에서는 인수합병(M&A)도 하고 투자도 하고 건물도 산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테마섹은 1974년 자산 약 2억 달러로 출범했지만 적극적인 지분 투자와 M&A 등을 통해 현재는 운용 자산이 3000억 달러가 넘는 거대 펀드로 성장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부펀드 역할은 KIC가 맡고 있다. 그러나 KIC는 외환보유액을 재원으로 운용하는 구조상 안정성과 유동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고, 투자 대상 역시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결국 급격한 손실 가능성이 있는 자산에 대한 투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어, 글로벌 국부펀드들과 같은 수준의 공격적 운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구 부총리 역시 "(테마섹은 수익률이) 괜찮다고 하면 과감히 투자하는데, KIC는 그런 운용이 어렵다"며 "외환보유고를 기본적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국부 창출이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국부펀드는 "수익률이 10∼20% 높을 수 있다면, 부동산이든, 산업이든 가리지 않고 투자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기 재원은 상속세 대신 물납 받은 주식을 출자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올해 8월 기준 350개 종목, 6조8000억원어치 물납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물납 받은 주식도 재원이 될 수 있다"며 "재원이 처음에는 크지 않겠지만 잘 투자하고 관리하면 선순환이 돼서 규모를 키워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국부펀드는 특정 산업 지원이나 정책 목적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철저히 수익성 중심의 운용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따라 향후에는 해외주식, 사모펀드 등 변동성은 크지만 기대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구체적인 윤곽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재원 조달 방식과 펀드 규모, 투자 분야, 지배구조 등을 전문가 의견 수렴과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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