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안 중대성 고려 수주내 판결 나올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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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이유로 경제 전반에 세금을 매길 권한이 있는지, 아니면 헌법상 의회에 속한 과세권을 침해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심리를 거쳐 나올 대법원 판결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에 중대한 파장을 가져올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3시간가량 이어진 공개 변론에서 보수·진보 성향 대법관을 막론하고 행정부 측 변호인에게 1977년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이 이런 형태의 관세를 정당화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IEEPA는 본래 적대국의 자산 동결이나 제재를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관세 부과를 위한 근거로 사용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이다.
법정에선 정부 측 대리인과 소송을 제기한 기업 및 민주당 성향 12개 주(州)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차례로 나와 공방을 펼쳤다.
보수 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정부 측 대리인인 D. 존 사우어 법무차관에게 "관세는 결국 미국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며, 세금과 관세는 헌법이 의회에 부여한 핵심 권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어떤 상품에도, 어떤 나라에도, 얼마의 세율로든, 얼마의 기간이든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며 "이는 '중대 문제 원칙'(major questions doctrine)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칙은 '의회가 대통령에게 주요한 경제 조치를 취할 권한을 주고자 했다면 반드시 법에 명시적으로 썼을 것'이라는 내용으로, 의회가 명시하지 않은 주요 경제 정책을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단행할 수 없다는 법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가 국가 안보와 경제에 큰 위협이라고 주장하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IEEPA에 근거해 100개 이상 나라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할 여러 권한을 대통령에 부여하는 데 그중 하나는 수입을 '규제'할 권한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사우어 차관에게 "IEEPA에서 수입을 규제한다는 문구가 관세 부과를 포함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역사적, 법률적 사례가 있냐"고 반문했다. 진보 성향의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도 "이 법은 대통령의 비상 권한을 확장하기보다 오히려 제한하기 위한 목적이 명확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를 반박했다.
또 다른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대법관은 "만약 의회가 이런 논리를 수용한다면, 외국과의 교역 규제나 심지어 전쟁 선포권까지 대통령에게 이양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권력분립 원칙의 훼손을 우려했다.
반면 사우어 차관은 "무역적자가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협하는 비상 상황으로 판단됐으며, 관세는 이를 바로잡기 위한 수단이었다"며 "관세를 철회하면 더 공격적인 국가들로부터 무자비한 보복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관세 덕분에 미국은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변론을 방청한 뒤 "법원의 분위기가 매우 낙관적이었다"며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리더라도 다른 법적 근거를 통해 관세를 유지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 관심도가 높은 사건들은 판결 확정까지 통상 6개월 이상 걸리지만 이번 소송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수주 내에도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법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대법원에 신속한 일정으로 이 소송을 심리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