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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장마 곧 닥치는데 물막이판 설치 미비…반지하 침수 공포

[르포] 장마 곧 닥치는데 물막이판 설치 미비…반지하 침수 공포

기사승인 2024. 06. 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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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반지하 주택에는 침수 방지를 위해 물막이판을 설치한 집이 있지만, 옆집은 설치하지 않는 등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주연기자
"올 여름에는 유난히 비가 더 많이 내린다는 데, 지난해처럼 또 물난리나면 어쩌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일대. 제주 지역에서 전날 밤부터 시작한 장마가 남부·중부 지역으로 올라올 것으로 예고되면서 이 곳 반지하 주택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같은 주택이라도 침수 방지를 위해 물막이판을 설치한 집이 있지만, 옆집은 설치하지 않는 등 침수 피해 예방은 각기 달랐다. 주변을 살펴본 결과 물막이판이 설치된 집은 10곳 중 3~4곳 꼴로 설치되지 않은 집이 더 많았다.

주민 이모씨(52)는 "지난해 집중호우로 이 동네가 물에 잠기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한 기상이변으로 언제 어떻게 물에 잠길지 몰라 물막이판을 미리 설치해뒀다"며 "옆집은 물막이판 설치 신청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남일 같지 않은 이웃 안전에 걱정이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많은 비가 예상되면서 저지대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근심이 늘어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본격 장마철로 접어들면서 물막이판 설치 등 각종 대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침수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침수 우려 주택으로 분류된 2만4842가구 중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한 가구는 지난달 31일 기준 1만5100가구(60.78%)다. 멸실·공가 574가구와 구조적 설치가 불필요한 1164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8004가구(32.22%)에 대해서는 아직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8004가구는 차수 시설 설치를 희망하지 않거나, 거주자 부재로 인해 차수 시설을 설치하지 못한 것"이라며 "시설 설치를 신청한 가구 한에서는 최근 모든 작업을 마쳤고, 이 외의 주민이 희망하면 우선적으로 설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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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상도동 한 반지하 주택에 홀로 살고 있는 박모씨(83)는 20일 오전 침수피해 예방을 위해 물막이판을 설치했다. /박주연 기자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물막이판과 모래주머니를 준비해놨지만 주민들은 걱정이 앞선다. 동작구 상도동에 홀로 사는 박모씨(83)의 반지하 주택은 언덕 아래에 있는 탓에 지난해 여름 폭우 때 물에 잠겼다. 박씨는 "지난해 폭우로 집 안이 무릎 아래 높이까지 빗물에 잠겨서 물을 퍼내느라 정말 고생했다"며 "집이 또 다시 빗물에 잠길까 무서워 지난주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모래주머니도 준비해 뒀다. 그런데 이런 장비들이 이번 여름 우리집을 잘 보호해줄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세입자의 경우엔 시설 설치를 원해도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집주인은 물막이판 설치할 경우 '침수 피해 가능성이 큰 가구'로 비춰져 집 값이 떨어지는 등의 이유로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거주자가 부재한 경우 3회 이상 방문해 안내문을 부착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설치를 거부하는 집주인에게는 끈질기게 찾아가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시는 침수 발생 시 주민들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이동식·휴대용 물막이판, 소형 양수기 등 1만8000여대를 주민센터 등에 비치하는 등 침수 대응 대책을 마련했다. 또 침수방지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주택·상가·지하주차장 등 취약시설에 대해선 '이동식·휴대용 물막이' 1만3000여개와 소형·경량 차수제품 2만여개를 추가 운용할 계획이다.

전문가는 반지하·저지대 침수 위험에 대해 경고하면서 정부의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반지하 주택은 구조적으로 침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물막이판 설치뿐만 아니라 배수시설 정비 등 종합적인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주민들의 자발적인 대비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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