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감춰진 진실 어긋난 화해] ④‘진실된 화해’ 위한 전문가 제언은…“결국 국가의 관심”

[감춰진 진실 어긋난 화해] ④‘진실된 화해’ 위한 전문가 제언은…“결국 국가의 관심”

기사승인 2024. 06. 17. 17:3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3년간 5670건 진실규명…권고도 비슷한 수준
전문가 "대통령·국회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야"
위원회 종료 후 피해자 지원 기관 필요 목소리도
"사법부 '배상 책임' 포함 결정으로 해결 가능"
GettyImages-jv13141561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게티이미지
basic_2021
"국가는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의 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고, 가해자에 대하여 적절한 법적·정치적 화해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국민 화해와 통합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과거사정리법 34조) 국가기관은 권고사항을 존중하고 이행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32조의2)"

과거사정리법은 국가가 피해자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의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는 '국가의 의무'를 정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고 화해로 나아가겠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진화위 권고는 말 그대로 '권고'에서 끝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국 과거사 정리라는 취지에 맞게 국가가 직접 국가로부터 상처 받은 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17일 진화위에 따르면, 위원회가 지난 2020년 12월 출범 이후 조사를 시작한 이듬해 5월 27일부터 지난 3년간 접수된 과거사 사건 2만245건 중 59.9%인 1만2143건을 종결했으며, 그중 46.8%인 5670건은 진실규명으로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진실규명 결정과 함께 관련 국가기관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하는 '권고'가 같이 내려지기 때문에, 지난 3년간 권고 횟수 역시 진실규명과 같은 수준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수많은 권고가 내려졌음에도 국가기관이 이행을 뒷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사정리법상 권고를 이행할 '의무'는 있지만, 지키지 않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을 주지 않고 있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국가기관은 진화위 권고 이후 3개월 안에 이행계획을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지만, 이마저도 '계획'을 제출할 뿐이라 꼭 이행할 의무는 없다.

전문가는 당장 '권고'에 강제력을 부여할 순 없기 때문에, 대통령과 국회에서 관련 국가기관들을 계속 감시하고 독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기 진화위 비상임위원을 맡고 있는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권고와 이행계획 모두 법적 구속력은 없다"며 "이것들이 지켜지느냐는 대통령과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만큼 정치 현안들이 많고 시시각각 바뀌는 나라는 흔하지 않다. 잠시 관심을 가졌다가 또 지나가면 그뿐인 일들이 많다. 일시적인 관심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1기 위원회 때부터 추진한 배보상법 등 아직도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이 있는데, 국회가 바뀌었다고 해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으로 통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화위 위원을 맡은 적 있는 한 교수도 진화위가 기간이 정해져있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1기와 2기 진화위 모두 한시(限時)기관이고, 2기는 1년도 남지 않았다. 종료 이후 해결되지 않은 문제 등이 남아있을 수밖에 없지만, 종료 이후 피해자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이런 기관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과거사정리법상 '과거사연구재단'이라고 있는데, 해당 기관을 연구뿐만 아니라 진화위에서 진실규명된 사건들에 대해 뒤처리를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광동 2기 진화위 위원장 역시 지난 2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진실화해재단 설립을 통해 위원회 활동 종료 후에도 지속적인 진상규명을 포함한 각종 활동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법원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시됐다. 국가가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행위가 피해자에 대한 배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앞서 이른바 '전두환 정권 녹화공작' 사건의 피해자 고(故) 이종명 목사와 박만규 목사가 낸 국가배상 소송 2심 재판부가 지난 13일 예정됐던 선고 기일을 며칠 앞두고 돌연 연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가 측(정부법무공단)에 "과거사정리법과 '과거사 관련 권고사항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진화위의 진실규명결정 이후 구체적으로 취해진 조치 등이 무엇인지 밝히고 관련 증거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석명준비 명령을 내렸다.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국가가 '진화위 권고 등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배상 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 이 재판에서 처음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고, 정부법무공단 측도 해당 재판이 유일하다고 전했다"며 "법원에서 권고 미이행을 위법하다고 보고, 배상액 산정에 포함시킨다면 정부 부처에서 더욱 이행에 신경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