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화물기 개초 운영, 실적↑
3Q 매출 팬데믹 전보다 18% 껑충
"아시아나 인수·합병" 새역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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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이환위리(以患爲利)' 경영은 창업주 고(故) 조중훈 창업 회장으로부터 내려온다. 1969년 창업 회장은 부실 덩어리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하고 이후 여러 고비를 넘긴 것은 물론, 일본과의 항공협정으로 아시아 허브 공항을 도쿄가 아닌 서울로 만든 계기를 마련했다. 2023년의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한국에 지금과는 다른 차원의 '메가캐리어'를 운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별도기준 대한항공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5% 증가한 3조8638억원, 영업이익은 38% 감소한 5203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 전인 2019년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7.7%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341.3% 증가한 수치다. 또한 8년 만에 신용등급 A등급에 복귀하면서 재무 정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매출 14조961억원, 영업이익 2조830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글로벌 유수의 항공사들이 팬데믹 기간 생존 자체를 걱정할 정도로 정상적인 영업실적을 기록하지 못한 것과는 대조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발상의 전환과 화물 실적 상승으로 대한항공은 팬데믹 기간 호황을 누렸지만 조 회장은 2022년 신년사를 통해 '창사 이래 가장 힘들고 추웠던 겨울'이라고 평가했다. 업황이 좋아도 위기 극복에 초점을 맞춘 대한항공의 전략이 없었다면 호실적을 거둘 수 없었던 이유다.
2018년 5월 대한항공-델타항공 태평양노선 조인트벤처의 출범도 현재는 미주와 아시아를 연결하는 대한항공 네트워크의 폭을 한층 더 두텁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결단이었다.
조인트벤처는 항공업계의 협력 방식 중 합병 바로 직전 단계로 설명될 만큼 강한 결속을 뜻한다. 당시 대한항공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단거리 노선에서 타격을 우려하고 있었으며, 환율 변동과 고유가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장거리 노선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야만 했다. 당시 대한항공 사장이었던 조 회장은 선대 회장인 조양호 회장과 함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되풀이되는 위기 상황을 도약의 발판으로 바꿔 온 조 회장의 다음 과제는 항공업계 뿐 아니라 전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 완료다.
조 회장은 최근 3년간 신년사에서 빼놓지 않고 아시아나 합병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 20여년간 국내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항공사를 인수해 메가캐리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말해 생존을 위해서다. 중동 항공사들이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전 세계 네트워크를 무섭게 확장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할 초대형 항공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단순히 두 항공사를 합치는 것이 아닌 대한민국 항공업계를 재편하고 항공역사를 새로 쓰는 시대적 과업인만큼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아시아나 인수 과정은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경쟁당국의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유럽연합의 심사 결과는 2024년 1월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EU에 이어 미국, 일본 심사 일정을 감안하면 완전한 인수는 내년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항공업계는 저비용항공사(LCC)까지 완전 재편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항공 시장은 규모에 비해 플레이어가 과하게 많다"면서 "이번 대한항공발 산업 재편은 장기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국내 항공업계 전반에 건전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