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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내용도 상당히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 발표에 의하면 소통 채널의 유지를 위한 노력의 지속을 포함해 지역의 현안들에 대한 솔직하고 심도 있는 건설적 합의가 이뤄졌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6월 베이징 방문 이후 이뤄지고 있는 양국 간의 많은 후속 협의가 상당 부분 접점을 찾았다는 얘기가 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역시 11월의 정상회담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중국의 허리펑(何立峰) 부총리와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임)의 방미가 10월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사실 역시 주목해야 한다. 경제 및 통상 분야를 총괄하는 허 부총리의 방미가 성사될 경우 중국의 최고위급 인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미국을 찾게 된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래야 할 것 같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방미와 양국 정상회담이 거의 성사 직전에 있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지 않나 싶다.
미국은 올해 들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의 고위급 인사 4명을 중국에 보내 대중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왔다. 중국 역시 미국 측의 성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 시 주석의 방미 가능성을 시사한 상태라고 봐야 한다.
왕 위원 겸 부장이 지난 26일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은 책임을 지는 국가이다. 우리는 중국이 참여하는 중요한 다자회의에 불참한 적 없다"면서 "APEC 일정에 관해 우리는 각 측과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 적절한 때에 정식으로 소식을 발표하겠다"고 말한 사실만 봐도 좋다. 특별한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 시 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라는 얘기가 아닌가 보인다.
물론 양국 간 갈등의 깊이는 상당하다. 아차 잘못하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 허 부총리와 왕 위원 겸 부장의 방미는 말할 것도 없고 미중 정상회담 역시 무산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좋다. 미중 관계가 상당한 수준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역시 크다고 봐도 무리하지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