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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 국민연금 수익률의 ‘함정’

[여의로] 국민연금 수익률의 ‘함정’

기사승인 2023. 06. 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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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자본시장부 오경희 기자
'6.35%.'

약 9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의 1분기 기금 운용 수익률(잠정)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작년 79조6000억원의 손실액 가운데 74%를 이 기간 만회했다고 공표했다. 수치만 보면 자랑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이면엔 '숫자의 함정'이 존재한다. 실상은 운용력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좌우된 성적이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즉, 수치가 주는 착시 현상이란 얘기다.

국민연금은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 비중이 높다. 지난해처럼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땐 수익률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올해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 둔화 기대감에 주식과 채권이 강세를 보여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와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자산 포트폴리오 개편(분산)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추고 해외 및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견해다. 대체투자는 주식과 채권이 약세를 보일 때 손실을 보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주로 부동산, 항만 등 인프라 자산과 비상장 기업에 대한 투자 등을 말한다. 국민연금의 작년 말 기준 대체투자 비중은 16%다. 캐나다(59%), 네덜란드(33%)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낮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연금은 지난달 31일 작년과 대동소이한 중기자산배분안(2024~2028년)을 의결했다. 향후 5년 간 목표수익률을 5.6%로 잡았다. 2028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로 정했다. 큰 틀은 지난해 제시안과 같다. 국민연금은 급격한 변화보다 점진적으로 자산 비중을 조정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연금 고갈의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적립금 적자 전환 시점이 18년밖에 남지 않았다. 연금 지급을 위해 주식과 채권 등 보유 자산을 무더기로 팔기 시작하면 시장엔 대혼란이 올 수 있다. 대재앙의 '수렁'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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