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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칼럼] 우리의 안보리 진출은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할 기반

[김용호 칼럼] 우리의 안보리 진출은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할 기반

기사승인 2023. 06. 0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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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윤보선 민주주의 연구원장.

우리나라가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3번째로 선출된 것은 한국 외교의 승리이자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국가(Global Pivotal State)'로 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기반을 만든 것이다. 1948년 유엔 결의를 통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공식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유엔은 대한민국의 산실(産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 유엔은 대한민국 외교의 시련과 영광의 무대가 되었다. 오랫동안 구소련의 거부권 행사로 대한민국은 유엔 회원국이 되지 못하였다. 그런데 냉전 종식과 함께 1991년에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였다. 비록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 후 43년 만에 유엔 회원국이 되었지만 그 후 눈부신 활약을 보여주었다. 


유엔에 가입한 지 5년 만인 1996~1997년에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되고, 2007년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였으며, 작년 기준 유엔 분담금 9위로 부상할 정도로 유엔에서 한국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우리 정부는 3번째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 2021년부터 준비한 결과, 이번 유엔 총회에서 192개 회원국 중에서 180개국의 지지를 얻어 내년 1월부터 2년간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글로벌 중추국가' 건설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1년 만에 과감한 결단력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여 지난 정부에서 최악의 상황에 빠졌던 한일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였다. 또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를 군사동맹 외에 핵 동맹, 가치동맹, 경제동맹, 첨단기술동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런 개별국가를 상대하는 양자 외교(bilateral diplomacy)의 성과를 바탕으로 여러 나라를 동시에 상대하는 다자외교(multilateral diplomacy)에서도 유엔 안보리 진출에 성공하였다.

유엔은 글로벌 외교의 중심 무대이다. 특히 안보리는 국제 평화와 안보의 중추 기관으로 안보리 결정은 국제법적으로 구속력을 가진다. 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엔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북한이 미사일 핵무기를 고도화하여 수시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시기에 우리나라가 안보리에 진출한 것은 의미가 크다. 더욱이 북핵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미일이 모두 안보리 상임· 비상임이사국으로 있어서 더욱 기대가 높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유엔 안보리 활동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사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가 잦아서 안보리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예컨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과거 중러가 국제사회의 제재에 찬성했으나, 이제는 북한을 오히려 옹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리가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평화의 파수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한국을 비롯한 안보리 상임· 비상임이사국 15개국이 해결해야 할 최대 과제다. 

이렇게 한국의 안보리 진출은 막중한 책무를 짊어지는 것이다. 이미 우리 정부는 비상임이사국 선거 공약으로 지속 가능한 평화 유지 활동과 구축 증진, 여성과 평화·안보, 사이버 안보, 기후변화와 평화·안보 등을 제시하였다. 앞으로 이런 공약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려면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첫째, 최근 국제정세가 매우 빠른 속도로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물론 미·러, 나토·러시아 간에 전쟁 승리를 위해 결사 항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쟁의 종착점이 유럽을 비롯하여 국제사회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또 미중 패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경제안보 등을 둘러싸고 새로운 편짜기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 유엔을 비롯한 다자기구를 중심으로 규칙에 기반을 둔(rule-based) 국제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우리 외교가 이러한 국제질서의 현실과 변화 방향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우리의 유엔 외교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우리 외교의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확보해야 유엔 외교가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예컨대 우리가 미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우 유엔의 다른 회원국들은 우리의 주장에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원칙에 따라 미국을 비롯하여 우방국이라도 비판과 설득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을 발휘할 때 유엔에서 우리가 설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외교가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해 핵무기와 무력의 선제 사용 금지, 자유무역주의, 공동번영을 위한 국제개발 협력 증진 등을 철저히 지키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엄격하게 비판과 제재를 할 때, 유엔 회원국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것은 우리나라와 가치 및 원칙을 공유하는 국가(like-minded countries)와 공조하기 위해 소다자주의(minlateralism)를 활용함으로써 유엔 외교의 성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강대국이 아니기 때문에 혼자 힘으로 유엔을 비롯해서 국제사회에서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 즉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아세안 등과 협력하여 강대국의 횡포를 막을 수 있다. 이런 모든 국가를 망라하기보다 서로 협력의 틀을 구축한 소수의 나라부터 협력의 범위를 넓혀 나가는 것이 소다자주의다. 이런 소수 국가 중심의 협력이 우리의 유엔 외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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