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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동료 폭행’ 호소하자 “장난 아니냐”…경찰교육생은 숨죽여야 했다

[단독] ‘동료 폭행’ 호소하자 “장난 아니냐”…경찰교육생은 숨죽여야 했다

기사승인 2023. 03. 2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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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 중앙경찰학교서 '괴롭힘 경험 사례' 온라인서 고발
교육중 동료 간 폭행 호소…"간부는 가해자·피해자 분리 없이 조사"
출교 후 가해자 고소…法, '폭행' 인정해 벌금 150만원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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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경찰관이 지난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성한 중경 학폭 관련 피해 글/ 온라인 커뮤니티 글 캡처
"중경(중앙경찰학교) 312기 '집단 따돌림' 사건을 접하면서 끔찍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라 힘들었습니다."

현직 경찰관 A씨는 2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중경'이라는 단어를 꺼낼 때면 떨리는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월 중경에 입교한 뒤 6개월간 교육을 받고 출교했지만, 그의 마음 한 구석엔 같은 동료 교육생으로부터 받은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 있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4월께부터 2개월 가량 B 교육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동료 교육생 3명과 함께 같은 생활관(4인 1실)에서 동고동락했던 A씨는 B 교육생과의 관계가 처음부터 나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중경 생활 4개월 차가 되자 A씨를 대하는 B 교육생의 태도가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잠에서 깬 A씨 얼굴에 매번 '방귀'를 뀌기 일쑤였고, 중경 매점에서 판매하는 사격연습용 38구경 장난감의 총구를 A씨를 향해 당기기도 했다.

또 자신의 기분을 나쁘게 했다는 이유로 동료 교육생 앞에서 A씨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B 교육생의 괴롭힘이 심해지자 A씨는 용기를 내어 간부에게 그간의 일을 보고했다고 한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지길 바랐던 A씨의 기대는 간부의 말 한마디에 무너졌다. 피해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도 없었다. A씨는 "피해사실을 보고하자 간부는 '그런 식으로 장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하며 장난으로 치부했다"며 "더 충격적인 건 B 교육생과 분리 조치되지 않은 한 공간에서 조사를 받았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청
경찰청 /아시아투데이DB
그날 이후 A씨는 중경에서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굳혔고, 출교 이후 B 교육생을 폭행 등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B 교육생의 폭행 등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비단 A씨 뿐만 아니라 예비 경찰관을 양성하는 중경에서 최근 특정 기수를 중심으로 피해 사실이 드러나며 '동료 간 괴롭힘'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중경 측은 3개월마다 교육생 간 생활관을 교체하는 등 사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경 관계자는 "교육생 간 괴롭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 방지를 위한 여러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1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특별점검단을 꾸려 중경과 경찰대학을 상대로 교육과정, 교육생 관리 등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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