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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생산 늘리는 K-배터리·현대차, EU 공급망 네트워크 합류 ‘필수’

현지 생산 늘리는 K-배터리·현대차, EU 공급망 네트워크 합류 ‘필수’

기사승인 2023. 03. 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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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CRMA, 사실상 중국 견제
中원료 의존도 높은 韓 기업 타격 가능성
EU, 신흥국 원자재 인프라 투자 확대로 공급망 재편 시도
업계 "상세 지원책 등 내용 파악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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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역내 산업 보호를 위해 핵심원자재법(CRMA) 초안을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원료 공급처를 다양화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EU가 새로 주도하는 원자재 공급망에 합류해야 생산도, 생산 제품 판매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유럽은 특히 전기차·배터리 수요가 높은 지역으로, 이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업체들은 유럽 내 생산시설을 확보해두고 증설까지 추진하는 상황이다. 현대차그룹도 현지 친환경차 생산 확대를 추진중이라,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EU가 한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선언한 전략적 원자재에는 니켈, 리튬, 흑연, 망간 등 배터리 원료가 대거 포함돼 있다. 이 원자재들이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는 만큼 결국 중국을 겨냥한 법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 수입된 수산화리튬 87.9%는 중국에서 수입됐다. 흑연은 94% 가량이 중국에서 생산됐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원료 가공의 특성상 환경 규제 등이 까다로운 국가보다는 중국에서의 생산이 많다"며 "채굴 자체는 남아메리카 등 다른 대륙 소속 국가에서 하더라도, 제련 및 가공이 주로 중국에서 이뤄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핵심 고객이다. 3사 모두 이미 유럽에서의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증산도 추진하고 있지만, 만약 중국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다면 생산 자체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RMA에 따르면 글로벌 순매출 1억5000유로(약2100억원) 이상 제조업종 대기업에 대해서는 공급망 관련 감사를 더욱 강화하기 때문이다.

배터리로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는 현대차 그룹도 비슷한 실정이다. 아울러 전기차를 만들 때는 배터리 뿐만 아니라 모터에도 중국산 원자재가 필요하다. 엔진 역할을 하는 파워일렉트릭(PE)을 구동하기 위해선 희토류 영구자석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 PE를 비롯해 대부분의 전기차 모터는 희토류 영구자석 기반의 시스템이다. 이때 활용되는 희토류는 거의 100%를 중국서 생산한다.

아울러 CRMA에 따르면 영구자석의 원료 구성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의무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현대차는 체코 법인을 통해 코나 EV 등을 생산하고 있고, 기아 슬로바키아 공장도 전기차 생산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핵심 원자재와 관련된 기업 정보공개 요구가 강화되면서 기술 유출 등에 대해 주의가 요구된다는 조언을 내놓는다.

다만 긍정적인 점은 아직 미국 IRA처럼 보조금 제한 규정이나, 역내 조립 규정 등으로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EU가 제3국과의 협력 다각화를 선언한 만큼 유럽 시장 진출 기회가 아직 열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또다른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 발표에서 EU는 역내 채굴, 가공을 비롯해 재활용, 타국 의존도 관련 목표치를 제시했으나, 허가 절차 간소화 외 실질적인 보조금 지원 수준은 공개되지 않았다"며 "실행 방안이나 상세한 지원책 등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장은 "배터리 소재, 희토류 등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장기적으로 공급망 다변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정부는 수전해나 배터리 소재 등의 기업의 R&D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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