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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거리 인플레’에 칼 빼든 골프계, 골프공 마법 어떻게 손보나

‘비거리 인플레’에 칼 빼든 골프계, 골프공 마법 어떻게 손보나

기사승인 2023. 03. 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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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공 성능 제한으로 비거리 인플레 잡겠다는 골프계
선수와 업계 반발 넘는 것이 숙제
로리 매킬로이. AFP 연합뉴스
로리 매킬로이. /AFP 연합
장타자가 판을 치는 프로 골프 경기는 호쾌함을 선사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웬만한 선수들이 300야드(약 274.3m) 이상 티샷을 날리면서 심지어 아이언 채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종종 연출됐다. 골프 경기 본질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으로 치닫자 골프계는 업체와 선수들의 반발을 무릎 쓰고 골프공 성능 제한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꺼내들었다.

세계 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른바 '비거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프로 대회에서 선수들이 사용하는 골프공 성능을 제한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여기에는 골프공을 시속 127마일(약 204.4㎞)의 스윙 스피드로 때렸을 때 비거리가 317야드(290m) 이상 날아가지 않도록 3년 안에 규정을 바꾸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이런 인위적인 규제 움직임이 선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골프채널 등 해외 골프 주요 매체들이 16일(현지시간) 밝혔다.

R&A와 USGA는 올해 8월까지 골프계 의견을 수렴한 뒤 이르면 내년 1월 새 규정을 적용할 예정이다. 그러나 신형 골프볼 개발과 제조 등을 고려하면 2~3년 후에나 시행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그동안 골프계에는 장비 기술 발달에 힘입어 선수들의 드라이브 샷 거리가 지속 늘어나면서 롱 아이언을 쓸 일이 거의 없어진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골프 경기가 '드라이버~피칭~퍼터'로 바뀌며 골프 본질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는 장기적으로 골프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실제 장비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평균 300야드 이상 비거리를 기록한 선수는 1997년 존 댈리 한 명이었다"며 "당시 선수들의 평균 티샷 비거리는 267.7야드였는데 올 시즌 PGA 투어 평균은 297.2야드다. 지난 20년 동안 매년 1야드 이상씩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프로골프는 늘어나는 비거리만큼 코스 길이를 늘이는 데 주력해왔지만 환경오염과 같은 다른 문제에 직면하는 등 한계를 느꼈다. R&A와 USGA는 앞서 드라이버 길이를 46인치 이하로 제한하는 방안도 마련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골프공의 성능을 제한하는 것만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번 조치가 본격 시행되면 정상급 선수들의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15야드(약 13.7m) 안팎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나 선수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졸지에 비거리가 줄어들어 기존 경기력에 영향을 받을 선수들이 그렇다. 특히 시속 122.5마일에 달하는 스윙 스피드로 이번 시즌 평균 326.6야드를 날려 장타 1위를 달리는 로리 로리 매킬로이(34·북아일랜드)가 대표적이다.

아울러 새로운 골프 볼 개발에 많은 비용과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볼 제조업체들의 반발이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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