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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증액 갈등 속출…‘둔촌주공 사태’ 재현 우려

공사비 증액 갈등 속출…‘둔촌주공 사태’ 재현 우려

기사승인 2023. 01. 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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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조합 갈등에 공사 중단
자잿값 인상 등 공사비 증액 요청
금리 올라 사업비용 부담 악순환
착공 미뤄져 분양 시기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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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시공사와 재건축·재개발 조합 간 공사비 갈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협상 난항으로 아예 첫 삽을 뜨지 못하거나 진행 중이던 공사가 중단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6개월 남짓 동안 공사 중단을 맞았던 '둔촌주공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 센트레빌 프리제'(신성빌라 재건축 단지) 건설 공사는 이달 초부터 중단됐다. 이 건설현장은 2021년 12월 착공해 올해 10월 입주가 예정됐지만 현재 공사 진행률 40% 수준에서 공사가 멈춰섰다.

문제의 발단은 공사비 증액 갈등이다. 시공사인 동부건설은 자잿값 인상과 설계변경 등을 이유로 조합에 공사비 증액을 요청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담이 가중된 상태에서 추가 공사비 증액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단지)도 공사 중단 위기에 놓였다. 시공사(삼성물산)와 재건축 조합이 1560억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에 대한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시공사가 조합 측에 조합 명의 통장의 사업비 인출을 막겠다고 통보했다. 공기 2개월 연장을 요청하는 공문도 보냈다. 여기에다 공사 감리업체 두 곳이 조합 측에 이달까지 미납한 감리용역비을 받지 못하면 감리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공사가 더 연기될 가능성도 커졌다.

GS건설과 현대건설이 공동 시공을 맡은 마포구 '마포 자이 힐스테이트'(공덕1구역 재개발)은 아예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조합이 시공사업단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응하지 않아 지난해 6월로 예정됐던 착공이 지금까지 미뤼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분양 시기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건설사들은 고금리로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난 데다 자잿값과 인건비가 올라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하단 입장이지만, 조합은 미분양 리스크가 커 마냥 공사비 인상에 나서기 힘들다는 견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홍철 의원에 따르면 2019년 공사비 검증 제도 도입 후 지난해 7월까지 진행된 54건의 검증사례에서 최초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규모는 4조6814억7400만원이었다. 하지만 한국부동산원의 검증 후 적정액은 3조4887억2900만원으로 1조2000여억원 규모의 격차가 발생했다.

부동산원의 검증이 시공사의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이면서 시공사가 이를 수용하지 못하고 또 이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는 강행 규정도 없어 양측의 이해관계에 따라 협상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 둔촌주공 재건축도 이런 공사비 검증 결과를 받았지만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공사가 6개월간 중단되는 사태까지 발생한 바 있다.

업계에선 주택 경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은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오르고 시장이 호황이었을 때는 공사비 인상과 관련해 조합도 시공사도 이러한 고민이 없었다"며 "지난해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정비사업장마다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자잿값 상승까지 겹쳐 공사비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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