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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핵균형과 핵보유, 어차피 대비해야 하는 미래

[칼럼] 핵균형과 핵보유, 어차피 대비해야 하는 미래

기사승인 2023. 01. 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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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김태우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도 국방부·외교부의 업무보고에서 한 핵 발언이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이날 윤 대통령은 "미 핵전력을 공동기획·연습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북핵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자체 핵무장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 내용은 필자를 포함한 일단의 전문가들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단계적 핵균형론'이었다.

어쨌든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군 통수권자가 공개적으로 '핵보유' 표현을 사용해 파장이 컸다. 해외에서는 "핵무장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비용과 위험부담이 안보 이익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반응이 있었고, 국내 정치권도 "무책임하다," "경솔하다," "실속 없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북핵 추세를 감안하면, 대통령의 발언은 한국이 어차피 대비해야 하는 미래를 제시한 것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발언의 '무책임성'을 제기하는 이들의 주된 논리는 "한국이 핵을 보유하면 남북 간 합의가 폐기되어 북한 핵포기를 설득할 여지가 없어지고 남북 핵대치로 한반도 평화가 파멸된다"는 것이지만,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발휘했던 시기는 옛날 옛적에 지나갔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김일성의 유훈이자 수령독재 체제를 유지하는 상징이고 남북관계를 지배하는 대남 협박수단이며, 동시에 주체통일의 최대 장애물인 한미동맹을 이완시키고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증파를 차단하는 외교·군사적 수단이다. 즉 설득이나 반대급부로 북한을 비핵화시킨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핵 행보는 '통제불능'이다. 작년에는 '핵무력 정책법'의 제정을 통해 실제 핵사용을 전제하는 핵전략을 표방하고 대남 '선제 핵사용'을 위협했고 또 40여 회에 걸쳐 10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여 '미사일 발사 신기록'을 세웠다. 작년 12월 로동당 제8기 제6차 중앙위전원회의를 통해서는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핵무기의 공격 임무 실행, 신속한 핵반격을 위한 새로운 ICBM 개발, 전술핵 운용, 군사용 정찰위성 운용 등 한국과 미국을 겨냥하는 '국방력 강화 4대 목표'를 선언했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강'을 지시했다.

이런 상황을 눈으로 보면서도 북한이 폐기한 합의들을 우리만 지키면서 퍼주기식 비핵화 외교나 계속하는 바보가 되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제정신이 아닌 사람'이거나 '위험한 사람'일 것이다.

물론 비판에도 경청할 대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동맹의 균열을 감수하면서까지 핵무장을 강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라는 말은 맞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는 미국의 핵역량을 한반도에 반입하거나 인근에 전개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핵균형'을 구축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미 정부, 의회, 학계 등의 반대여론을 극복해야 하고 전임 정부가 미국 내에서 펼친 '가짜평화 로비'도 반전시켜야 한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걸핏하면 좌파정부가 들어서서 북한과 내통하는 것으로 보이는 나라와 핵자산을 공동 운용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경솔했다'는 비판도 생각해 볼 게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가 핵문제 전반과 전후 맥락을 깊숙이 파악한 상태에서 내놓은 '진중한 발언'인가, 안보와 동맹에 막중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이 시점에 직접 그런 형태로 발언해야 했는가에 대해서는 이설(異說)이 있을 수 있다.

'실속 없는 발언'이라는 비난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즉시 '한국판 맨해튼 프로젝트'에 착수해야 한다. 즉 '대륙으로부터의 위협'이 가중되어 미국이 아시아 동맹국들의 핵무장을 더 이상 반대하지 않는 시점이 도래하면 즉각 핵보유국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동맹을 통한 핵균형은 당면과제이고, 독자 핵무장을 통한 핵균형은 미래 과제다. 북한이 현재의 핵 행보를 버리지 않는 한, 그것이 한국이 좋든 싫든 가야 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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