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부지, 소규모 공급 단지로 전락 우려
용산정비창도 공급 가구수 줄듯
전문가 "공급 차질로 빚으면 집값 자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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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2020년 8·4 대책을 통해 발표한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이 곳곳에서 주민 및 지자체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당장 강남구 삼성동 옛 서울의료원 부지에 지으려던 3000가구 공급 계획은 ‘반의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시는 최근 “정부가 서울의료원 부지에 공급하려는 계획은 비현실적”이라며 “800가구를 공급하는 게 적당하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갑작스런 공급 축소 움직임에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당혹스러운 눈치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혀 협의된 바가 없다”며 불괘한 심정을 드러냈다.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는 곳은 비단 서울의료원만이 아니다. 정부는 8·4 대책 당시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약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과천시민은 물론 과천시까지 반대하자 지난해 6월 이를 백지화했다. 정부는 대체 부지(과천지구)를 물색해 기존 공급량을 힘겹게 맞췄다.
난개발 우려로 주민 반발이 심했던 서울 노원구 태릉CC 부지의 공급 규모는 당초 1만가구에서 6800가구로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문화재청 심의 등을 이유로 올 상반기 예정된 지구 지정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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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정비창 부지 역시 대규모 주택 공급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정부는 용산정비창에 1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지만, 서울시는 주택 공급 규모를 줄이고 업무시설 확충에 초점을 맞추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설익은 공급 대책을 내놓은 데 따른 예고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과 별다른 논의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정부가 8·4대책을 통해 밝힌 1000가구 이상의 주요 공급 부지는 서울의 경우 총 8곳이다. 이 가운데 서울주택도시공사(SH) 마곡 미매각 부지(1200가구) 한 곳만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지자체나 지역 주민들과 사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역과 공급량을 할당하면서 예고된 반발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역 반발이 확산할 경우 안정세로 접어든 서울·수도권 주택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수급(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심화한 가운데 신규 주택 공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매매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