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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비구이위안은 21일 전환사채(CB)를 발행, 39억 홍콩달러(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 일단 한숨을 돌리기는 했다. 당장 헝다 같은 처지에 내몰릴 가능성은 비교적 낮다고 봐도 좋다. 하지만 현재 경기가 엄청난 불황이라는 사실과 부채가 유동자산보다 훨씬 많은 현실을 상기할 경우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의 부동산업자 천구이첸(陳貴錢) 씨가 “경기가 이전처럼 괜찮으면 부채가 많아도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영업 이익이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솔직히 비구이위안이 이자 및 원금 상환 압박을 언제까지 견딜지 의문이다”라고 우려를 표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업계 중견 기업 중 하나인 아오위안(奧園)그룹이 21일 역외채권 이자를 지불하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에 내몰린 것 역시 주목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이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 채권 2건 등의 이자 10억8600만 달러(1조3000억 원)를 지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장 상황에 비춰볼때 지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체 시장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은 거의 필연일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부동산 산업의 상황은 블랙스완(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의 발생 조짐을 의미)이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국의 긴장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즉 이 현상이 회색 코뿔소(간과하는 위험 요인)가 된다면 상황은 진짜 심각해질 수 있다. 우선 부동산 산업이 궤멸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 여파에 의해 전체 경제가 휘청거리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야 한다. 중국 경제 당국이 현재 상황에 안이하게 대처하는 것은 목을 향해 오는 칼을 멀뚱히 바라보는 것과 진배 없다는 말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