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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안보정론] 안보, 육면초가인데… 전작권 체제를 흔들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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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1. 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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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정부와 국방부가 3군 사관학교 통폐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국민의 뜻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충분한 논의와 준비도 없이 강행한다는 볼멘소리들이 들린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국방부가 일방통행식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강행하고 있다.

현 전작권 체제는 전쟁이 재발하면 주한미군 사령관과 유엔군 사령관을 겸임하면서 동시에 한미 장교들이 수뇌부를 구성하고 있는 한미 연합사의 사령관이기도 한 미군 4성 장군이 단일 지휘체계하에서 한국군의 상당 부분과 미군을 합친 '한미 연합군'의 작전을 지휘·통제하도록 한 장치다.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 도발 시 곧바로 미국과 교전해야 하는 체제다. 즉, 현 전작권 체제는 '군사주권 침해,' '국가 자존심 훼손' 등의 시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의 '자동개입 장치'로서 지금까지 전쟁을 억제해 온 일등공신이었다.

그래서 강신철 신임 국방부 장관에게 묻고 싶다. 안보의 목적 중에 전쟁 방지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을진대, 한국이 전작권 체제를 허물지 못해 안달해야 하는가? 더군다나 지금 한국 안보는 적어도 여섯 가지의 악재들에 포위된 육면초가(六面楚歌) 상태인데, 이럴 때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고집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가?

그칠 줄 모르는 북핵 위협 및 북한의 재래무기 첨단화와 부쩍 강화된 북·중·러 북방삼각의 군사적 공조는 북쪽의 두 악재이며, 미국 주도 국제질서가 다극화로 전환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발생하는 불확실성 그리고 워싱턴의 '거래적 동맹' 정책과 서울의 탈동맹 성향의 대외기조가 합작하는 한미동맹 형해화는 한국을 압박하는 글로벌 악재다.

여기에 더하여 '진보'의 정치 장악 이후 흔들리는 자유민주주의와 그로 인한 내부 분열과 군의 정치 중립성 침식은 내부로부터 안보·국방을 허무는 국내적 악재다. 상대적인 평가이지만, 이론적으로 지금 한국의 안보는 6·25 이래 가장 취약한 구도에 처해 있다. 이런 시기에 정부가 전작권 체제를 허물려고 하는 것에 대해 적지 않은 국민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전작권 체제를 바꾸겠다고 한다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 지금 국민은 정부가 추진하는 변화가 전작권의 '전환'인지 아니면 '분리'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 2018년 한미 국방장관이 '전작권 전환 이후의 연합방위 지침'에 서명한 후 국방부 홈에 실린 국문 합의서는 서두에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그리고 전환 후에는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고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다고 쓰여 있었다. 이후 한국의 언론들은 "전작권이 전환되어도 한미 연합군 체제로 싸우는 것은 불변인 상태에서 한국군이 사령관이 될 것"으로 보도했고, 많은 국민도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영어본 합의서의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 제목에 '연합방위'라는 표현은 없고 서두도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을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문제로 시작하고 있으며, 이후의 연합사를 '별도 조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 연합사의 기능과 임무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은 없다. 사령관의 계급도 '4성 장군'이 아닌 모든 장성에 대한 통칭으로도 사용되는 'general or admiral(장군 또는 제독)'로 되어 있다. 즉, 영어본의 뉘앙스를 종합하면 미국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전작권의 '한미 간 분리'일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가 이런 부분들을 덮어둔 채 "전작권이 전환되어도 괜찮다"라는 주장만을 앞세우면서 '전작권 전환'을 위한 요식적 절차에 불과할 수 있는 단계별 평가를 재촉한다면, 후일 역사가 이 일에 앞장선 국방부에 대해 어떻게 기록할지 두렵다. 그에 앞서 전작권이 '분리'된다면, 유사시 미군이 달려온다는 보장도 없고, 그동안 미군이 제공해 온 전략적 역할을 한국군이 대체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국민은 누구보다 국방을 잘 알고 있을 국방장관의 입장을 듣고 싶어 한다. 한국 안보가 각종 악재에 포위된 상태에서 그리고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공약이 크게 흔들리는 시기에,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을 설명하지 않은 채 전쟁 억제력을 약화시킬 '전작권 체제 허물기'를 추진하는 것이 맞는 일인가?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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