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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릉 옥계항에 들어온 선박에서 코카인 약 1.7톤이 적발됐다. 약 5,700만 명이 한 차례씩 투약할 수 있는 양이었다. 국민 전체가 동시에 투약하고도 남을 마약이 우리 항구까지 들어온 것이다. 이를 놓쳤다면 작은 봉지로 나뉜 마약이 온라인 거래를 거쳐 우리 이웃에게까지 흘러들었을지 모른다. 켄싱턴 거리의 경고와 우리의 일상을 가르는 경계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국내의 숫자도 경고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2만 3,403명으로, 1985년 첫 집계 당시보다 약 20배 늘었다. 20~30대가 약 60%인 1만 3,899명이었고, 10대도 674명에 달했다.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도 거래하는 시대, 마약은 더 이상 특정 집단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손안의 거래를 거슬러 올라가면 국경을 넘나드는 공급망과 마주한다.
그 주요 길목 가운데 하나가 바다다. 2019년 태안항에서 코카인 100㎏이 발견됐고, 부산항에서도 2021년 35㎏, 2024년 100㎏이 적발됐다. 지난해 옥계항의 1.7톤에 이어 제주와 포항 해안 등에서는 케타민 총 45㎏이 떠밀려오기도 했다. 동해와 서해, 남해를 가리지 않고 유입 위험이 드러난 것이다. 해양경찰이 검거한 마약사범도 2016년 30명에서 지난해 412명으로 약 14배로 늘었다.
밀수 수법 역시 집요해졌다. 선박 바닥의 바닷물 흡입구인 '씨체스트', 기관실의 기름 격리 공간인 '코퍼댐', 닻을 보관하는 '체인로커'까지 은닉 장소로 이용된다. 수많은 선박과 화물이 오가는 항구에서 눈에 보이는 곳만 살펴서는 찾아내기 어렵다. 범죄조직은 우리의 시선이 닿기 어려운 공간을 파고든다.
이 틈을 메우려면 수사 인력의 전문성과 장비를 함께 갖춰야 한다. 해양경찰은 올해 17명인 마약수사 전담인력을 내년 40명으로 늘리고, 가칭 '마약수사과' 신설을 추진한다. 선체 아래를 확인하는 수중드론과 의심 물질을 신속히 식별하는 이온스캐너 등 전문 장비도 확충하고 있다. 숨겨진 마약을 찾아내는 데서 나아가 운반책 뒤의 공급망까지 추적하기 위한 기반이다.
대응의 시야도 항구 밖으로 넓혀야 한다. 여러 나라를 거쳐 이동하는 마약을 입항한 뒤에만 쫓아서는 한계가 있다. 출항지의 작은 이상 징후가 우리 항구에서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해양경찰은 2024년부터 해양 마약범죄수사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해 왔으며, 올해는 16개국이 참여해 범죄 동향과 수사기법을 공유했다. 콜롬비아·에콰도르 등 코카인 생산국 및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국내에서도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정보·인력·장비를 연계해 대응하고 있다.
넓은 바다에서 위험을 먼저 알아차리는 능력도 중요하다. 내년 신설되는 해양영역인식과와 한국형 해양영역인식체계(MDA)는 경비함정·드론·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연결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흩어진 정보를 모아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조기에 식별하고 현장의 단속과 수사로 이어가는 것이 목표이다. 마약이 해안에 도착하기 전에 차단할 기회를 넓혀야 한다.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통영에서는 마약 투약·유통에 연루된 인도네시아 선원 10명이 구속됐다. 고된 조업의 피로를 덜 수 있다는 유혹이 마약에 손을 대는 계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해양경찰은 선원과 도서지역 주민 등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6개 언어로 된 안내자료를 배부하고 있다. 단속이 공급의 길을 끊는 일이라면, 예방은 마약이 파고들 틈을 줄이는 일이다.
현장의 관심과 신고도 방파제의 한 축이다. 평소와 다른 선박의 움직임, 해안에서 발견한 수상한 포장물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해양경찰은 지난해 해양범죄 범인검거 보상금 예산을 기존 500만 원에서 6,000만 원으로 늘렸다. 바다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국민의 신고를 신속한 확인과 수사로 연결하겠다.
켄싱턴 거리의 모습은 마약이 일상을 무너뜨린 뒤 되돌리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 옥계항에서 막아낸 1.7톤은 그 위험을 일상에 닿기 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해양경찰은 더 일찍 정보를 확보하고, 더 깊이 살피며, 끝까지 공급망을 추적하겠다. 거세지는 마약의 파도 앞에서 국민의 평온한 하루를 지키는 방파제를 더욱 단단히 세워가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