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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디올도 따라 하는 K뷰티…진짜 승부는 이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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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기자

승인 : 2026. 10. 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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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최대 드러그스토어 부츠(Boots)에서 11초마다 K뷰티 제품 하나가 팔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제로 부츠에서 판매되는 K뷰티 제품의 매출은 지난 1년간 다섯 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온라인 전문몰에서 찾아 사야 했던 한국 화장품이 이제는 영국인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드러그스토어 진열대에 자리 잡았습니다. 비행기 기내에서도 K뷰티 제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 화장품이 더 이상 일부 소비자들만 찾는 유행 상품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달라진 것은 판매량만이 아닙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들이 한국 브랜드의 제품과 성분을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연어 등에서 추출한 DNA 유래 성분)입니다. 한국 화장품 시장에서 먼저 대중화된 이 성분은 이제 로레알과 디올, 크리니크 등 글로벌 브랜드의 신제품에도 등장합니다. 영국의 저가 패션·생활용품 유통업체 프라이마크까지 PDRN을 내세운 화장품을 선보였습니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부터 초저가 브랜드까지 한국에서 유행한 성분을 앞다퉈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K뷰티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보여줍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참고했다면 이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성분과 제형이 해외 시장으로 확산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이를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구조입니다. 영국의 한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전문가가 K뷰티를 서구 브랜드들이 따라가려는 '이상적 기준'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문제는 기준이 됐다고 해서 그 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경쟁은 이제부터입니다. PDRN이 한국 화장품만의 차별화 요소였을 때와 달리 누구나 사용하는 성분이 되면 소비자들이 굳이 한국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도 줄어듭니다. 디올은 브랜드 인지도로, 로레알은 막강한 유통망으로, 프라이마크는 가격 경쟁력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먼저 시장을 개척했지만 정작 과실은 자본력과 유통망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해외 시장에서 높아진 위상만큼 K뷰티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한국 화장품 수입이 빠르게 늘면서 제품 안전성과 표시 기준 등 현지 규제에 대한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영국은 브렉시트(EU 탈퇴) 이후 EU와 별도의 화장품 신고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기업들이 신경 써야 할 절차도 늘어났습니다.

아울러 해외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판매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제품 신고나 현지 책임자 지정 등 필수 절차를 소홀히 할 경우 그 여파는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기업의 규제 위반이 K뷰티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K뷰티의 경쟁력은 빠른 제품 개발과 합리적인 가격, 새로운 성분을 발굴하는 능력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성공 공식을 학습하기 시작한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성분을 먼저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원료 개발과 제형 기술을 고도화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제품력을 갖춰야 합니다. 현지 규제를 철저히 준수하며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는다는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많이 팔리는지를 넘어 얼마나 오래 선택받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K뷰티가 앞으로도 세계 시장을 이끄는 주역으로 남기를 기대합니다.
장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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