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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다. /연합 |
허술한 고증 절차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뒤의 침묵이다. 국감에서는 유 관장이 '네 번 사과하는 동안 한 번도 밝히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박물관이 작품을 철거하고 사과할 때도 소장자가 관장이라는 사실은 빠졌다. 유 관장은 "미술사가로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공개하길 주저했다"고 답했다. 국립 기관장의 신뢰를 결정적으로 허문 것은 바로 이 침묵이다. 사실상 거짓말이다. 공인으로서 결코 외면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검증 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2년 가까이 준비한 전시의 확정 목록에 이 작품은 없었다. 5월 관장이 직접 추천하면서 포함됐다고 한다. 박물관은 다른 필적과 비교하는 독립 검증 없이 소장자의 설명에 기댔다. 외부의 문제 제기 이후에 전문가 7명이 검토해 박중양의 글씨로 결론 냈다. 14만명 넘게 다녀간 대한민국 대표 박물관의 전시회였다. 기관장의 명성이 검증 절차를 대신한 셈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유 관장은 사익을 노린 적이 없고 전시가 끝나면 기증할 계획이었다고 해명한다. 자기 소장품을 자기가 대표로 있는 공공기관 전시에 추천하고, 검증 절차도 허술했으며, 작가 설명도 거짓임이 드러났고, 문제 발생 즉시 소장자임을 밝히지도 않았다. 총체적 거짓이다. 그렇기에 해명의 무게는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여야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질타하고,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소지까지 거론되는 이유다.
게다가 유 관장 부인이 기증해 전시된 돌호랑이는 기증품 정보를 홈페이지에 게시하도록 한 박물관미술관진흥법 시행규칙을 넉 달 가까이 지키지 않은 것도 드러났다. 게시 의무는 당연히 관장에게 있다. 한 해 수백만명이 찾는 국립박물관에서 기관장과 가족의 물건이 잇따라 전시된 것이다.
셀프 출품 및 개인 소장과 관련된 침묵으로 국립박물관, 나아가 대한민국 문화의 품격이 떨어졌고 신뢰가 훼손됐다. 기관장이 직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일도 발생했으며, 일련의 과정에서 국립박물관 직원들이 전문가 집단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국립박물관 또는 다른 공공기관의 전시나 행사 내용을 어느 한 사람이나 특정 그룹이 좌지우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유 관장은 박물관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명예는, 특히 공직자에게는 책임과 염치로 평가된다. 스스로 더 늦지 않게 거취를 결단하는 것이 순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