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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기 질렌할 “‘플레시 임팩트’, 여성 배우로 살아온 경험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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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10. 0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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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 맞아 다시 쓴 초상, 다코타 존슨·엘런 버스틴 출연
배우에서 각본가·감독으로 "이제는 연출이 가장 편안해"
'플레시 임팩트' 매기 질렌할,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매기 질렌할/연합뉴스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얻으면 이전과는 다른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경험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죠."

배우에서 각본가와 제작자를 거쳐 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매기 질렌할이 여성 창작자에게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작 '플레시 임팩트'에서는 할리우드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를 다시 바라보며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담았다.

영화 '플레시 임팩트' 기자회견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진행됐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질렌할 감독은 신작을 통해 먼로를 다시 바라본 이유와 배우에서 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과정, 여성 창작자로서의 고민을 풀어놨다.

'플레시 임팩트'는 마릴린 먼로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가 지금까지 살아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한 작품이다. 엘런 버스틴과 다코타 존슨이 각각 노년과 젊은 시절의 먼로를 연기한다. 오디션이라는 형식을 통해 유년 시절의 기억과 스타가 된 이후 대중에게 소비된 이미지를 따라간다.

작품은 제네시스가 먼로를 소재로 한 단편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질렌할 감독은 "처음에는 제가 이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주일 정도 여러 자료를 읽고 먼로의 영화를 다시 보면서 고민하다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구상이 잡힌 뒤 작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그는 "제가 생각한 이야기를 제안하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흔쾌히 해보자고 했다. 그 주말에 각본을 모두 썼다"며 "엘런 버스틴과 다코타 존슨이 합류하면서 작품이 점점 생명력을 얻기 시작했다"고 돌아봤다.

질렌할 감독이 관심을 둔 것은 먼로의 생애를 그대로 재현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는 "이 영화는 마릴린 먼로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세상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 특히 여배우로 살아가는 경험에 대한 이야기"라며 "저 역시 오랫동안 배우로 활동했고 그 시간이 이 작품을 만들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먼로가 1954년 한국을 찾아 미군 위문공연을 했던 일화도 알고 있었다. 질렌할 감독은 "그 공연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날 가운데 하나로 기억했다는 내용을 읽었다"며 "일본에서 신혼여행을 보내던 시기였고 외로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헬리콥터를 타고 한국에 와 공연한 순간을 굉장히 행복하게 기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먼로를 연기할 배우를 찾을 때는 실제 인물과 얼마나 닮았는지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노년의 먼로 역에는 처음부터 엘런 버스틴을 떠올렸고, 젊은 시절은 전작 '로스트 도터'에서 함께한 다코타 존슨에게 맡겼다.

질렌할 감독은 "배우로 오랫동안 일하면서 누군가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해줄 때 굉장히 특별한 순간이 온다는 걸 느꼈다"며 "저 역시 배우들이 이전에 보여준 모습을 반복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것을 발견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먼로의 외적인 이미지가 하나의 판타지처럼 굳어진 점도 캐스팅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마릴린 먼로는 오랫동안 아이콘으로 소비돼왔다. 외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보니 실제 얼굴이 어땠는지조차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며 "두 배우가 역할을 연기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오랜 배우 생활은 질렌할 감독의 연출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그는 현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으로 '협업'을 꼽았다. "감독에게 결정할 권한이 있다고 해서 함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묵살해서는 안 된다"며 "배우와 촬영감독,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비롯해 모든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듣는다. 그래야 혼자 상상했던 것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우에서 감독으로 향한 과정은 자연스러웠다고 돌아봤다. 질렌할 감독은 "어렸을 때는 여성 감독이 정말 드물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길로 배우가 가장 자연스럽게 느껴졌다"며 "배우로 오랜 시간 큰 만족감을 느끼며 일했지만 어느 순간 제가 배우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약 8년 전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것이 또 다른 출발점이 됐다. 그는 "그때부터 새로운 여정이 시작됐고 이후에는 뒤돌아보지 않았다"며 "지금은 글을 쓰고 연출하는 데 굉장히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 과정에는 가족의 영향도 있었다. 작가이자 연출 경험이 있는 어머니와 감독인 아버지, 배우인 동생 제이크 질렌할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눴다. 질렌할 감독은 "어머니는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일이라도 제가 원한다면 시도해보라고 늘 격려해줬다"며 "가족끼리 작품 취향은 다르지만 서로 존중하면서 의견을 나눈다. 그것 자체가 제게는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감독으로 직접 작품을 만들면서 여성 창작자에게 주어지는 기회에 대한 고민도 커졌다. 질렌할 감독은 "여성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기회를 얻으면 다른 종류의 책과 영화가 나온다"며 "우리의 경험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자라면서 본 훌륭한 작품 가운데 상당수는 남성 감독이 만들었고 그 영화들이 제 인생을 바꾸기도 했다"면서도 "때로는 '이것은 남성의 관점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제 경험에 맞게 번역해서 받아들여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이야기에 접근하는 방식과 사용하는 언어, 관심을 두는 지점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관객들도 그 언어를 받아들이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줬으면 좋겠다. 여성의 언어를 배우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두 가지 아이디어가 있다"고 귀띔하며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왜 지금 이 작품을 해야 하는지를 깊이 파고든다. 지금도 두 프로젝트의 핵심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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