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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대통령 지시에 움직인 미프진 도입…준비없는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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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9. 24.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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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 자격·미성년자 동의 검토 중
건보 적용·약 미정…환자 부담 불투명
찬반 모두 설득할 안전·이용 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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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임신중지 약물 '미프진'/AP연합
오래 미뤄온 정책이 대통령 지시 뒤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도입 방침을 정한 속도에 비해, 환자와 의료진에게 필요한 답은 더디게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의 미프진 도입 발표에서 드러난 문제입니다.

정부는 지난 16일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이를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의 검토 지시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명시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업체의 자료 보완과 수입 준비 등을 전제로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품목허가 심사는 2024년 12월 신청 이후 진행해왔지만, 정부 차원의 도입 방침은 대통령 지시 이후 구체화한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도입을 미뤄온 데는 입법 공백이라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임신중지 허용 범위와 절차 등을 정할 대체입법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법제처가 법 개정 전에도 약물 허가가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으면서 추진 근거가 생겼습니다. 정부가 방향을 바꾼 경위에서 이 변화는 짚어야 합니다.

허가를 추진할 근거가 생겼다고, 그동안 정부가 난제로 꼽았던 문제들까지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법과 제도를 이유로 결정을 미뤄왔다면, 도입을 선언하는 자리에서는 남은 쟁점을 어떻게 풀 것인지도 설명했어야 합니다. 이에 대한 정부 설명은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처방 의사의 자격은 의료계와 협의하겠다고 했고,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여부는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의료진의 처방 거부 문제도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현장에서 환자를 마주했을 때 적용해야 할 기준들이 도입 발표 당시까지 정리되지 않은 것입니다.

정부는 허가 내용과 위해성 관리계획이 확정되면 의료계가 진료지침을 마련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의료기관 확보와 비용 지원, 동의 절차를 언제까지 정리하겠다는 일정까지 제시하지 못한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건강보험 적용 질문에는 제약사의 신청이 먼저라는 답이 나왔고, 약값도 아직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초기 2년간 의료기관 안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한다는 방안도 임시방편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정부는 약사의 조제에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유권해석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관련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 기간은 연장될 수 있습니다. 도입 방침은 바뀌었지만, 입법 공백은 여전히 이용 방식을 결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도입을 요구해온 쪽에서도 마냥 환영하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는 도입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원내 조제 제한과 건강보험 대책 부재가 실제 이용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의 선언이 환자에게도 실질적인 선택지가 될지는 별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반대하거나 신중한 도입을 요구한 이들은 안전관리와 동의 절차가 충분히 정리됐는지 의심하게 됩니다. 환자와 의료진은 그 사이에서 불명확한 기준을 각자 해석해야 합니다. 준비 부족이 낳는 정책의 부작용이 찬반을 가려서 찾아오지 않는 것이죠.

대통령 지시에 답하는 속도로 후속 대책에도 답해야 합니다. 도입 선언은 정부의 성과가 되고, 미완성 제도의 부담은 국민이 치르는 방식이어서는 안 됩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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