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여의로]누구 하나 반기지 않는 국책은행 지방이전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910010004189

글자크기

닫기

 

승인 : 2026. 09. 10. 17:29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조은국 사진
9월 3일, 이날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정부부처 뿐만 아니라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임직원들도 긴장감을 놓지 못했던 하루다. 정부가 2차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이전 방향에 대해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날 방향성에 대한 언급만 있었고 구체적인 이전 대상은 거론되지 않아 다들 한시름 덜었지만, 어느 누구도 안심하지 못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전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달 4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파업 이유 중 하나로 '금융기관 지방이전 저지'를 제시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임직원 대상으로 본점 지방이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 2866명 중 89%가 이전을 반대했다. 정부가 원하는 인구 분산 및 지역경제 발전 효과는 크지 않은데, 우수 인력 이탈 등으로 정책금융으로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부산 이전 추진 논란으로 크게 홍역을 치른 산업은행 임직원들은 또다시 충격에 빠졌다. 부산 이전이 추진되던 지난 몇년간 산업은행 임직원 수백명이 짐을 쌌다. 이때문에 산업은행은 현재 숙련 인력 이탈이라는 부작용을 고스란히 겪고 있다.

국책은행 지방이전 반대는 임직원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전문가들도 정책금융 생태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은 집적산업이다. 금융회사와 정책기관, 전문인력 등이 한 곳에 모여 있어야 효율성이 높아지는 산업이라는 얘기다. 서울은 뉴욕, 런던, 홍콩, 도쿄 등과 경쟁하는 글로벌 금융도시 중 한 곳이다. 올해 3월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8위에 올랐다. 금융기관의 지방이전은 서울의 글로벌 금융도시로서의 경쟁력마저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지원, 산업은행은 대기업 지원과 산업 구조조정, 수출입은행은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과 함께 공적개발원조(ODA) 기능을 맡고 있다. 자금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기업 대부분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데, 정책금융 기능마저 약화될 수 있는 지방이전을 고집하는 이유를 누구 하나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글로벌 금융사나 해외 당국과의 협력에서도 비효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기관은 기능과 특성상 대사관이나 국제기구, 국제금융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야 하는데, 물리적인 제약으로 인해 원활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여파는 우리 경제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서울이라는 금융 중심지를 두고 왜 지방으로 이들 기관을 옮기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라면서 우수한 인력 이탈로 어렵게 쌓아온 정책금융 경쟁력이 다시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지방 균형 발전, 지방소멸시대에 꼭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국책은행 본점 임직원 수천명이 전국 각지로 흩어진다고 해서 지역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정책금융 경쟁력 약화는 명약관화하다. 무엇이 지방균형발전과 금융 경쟁력 강화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정책인지 정부는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