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비 자산 관리·상속 수요 증가
전용센터·상품 신설 등 사업 확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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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와 보유 자산이 빠르게 늘면서 은행권의 시니어 사업도 단순 자산관리를 넘어 상속·증여 등 생애 전반의 금융 수요를 관리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노후 대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관련 수요도 고액자산가에서 일반 고객층으로 확산하면서 '4000조원'에 달하는 시니어 금융시장이 은행들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면서다.
이에 맞춰 은행들은 신탁을 중심으로 시니어 금융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치매 환자가 보유한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을 뜻하는 이른바 '치매머니'가 늘어나면서 고령층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상속까지 설계할 수 있는 신탁 수요가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유언대용신탁을 비롯한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은행권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6조616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4조5023억원)보다 46.95%(2조1139억원) 늘어난 규모로, 불과 7개월 만에 2조원 넘게 증가했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소비자가 생전에 자신의 재산을 신탁하고 사망 이후 지정한 수익자에게 재산이 이전되도록 설계하는 상품이다. 생전 자산관리뿐 아니라 사후 상속과 재산 처분까지 함께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층의 종합 자산관리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유언대용신탁 잔액의 증가 속도도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2020년 9446억원에서 2021년 1조3852억원, 2022년 2조945억원, 2023년 3조1317억원, 2024년 3조5058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신탁시장 성장이 빨라진 배경에는 시니어 인구와 자산의 급격한 증가세가 있다. 올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11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21.6%를 차지한다. 금융감독원과 통계청의 조사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지난 2024년 기준 60세 이상 인구가 보유한 자산 규모도 4307조원에 달했고, 12억원 초과 주택의 54.2%를 이들 연령층이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으로 인구와 자산이 동시에 집중되면서 자산관리와 상속 수요가 커지고, 유언대용신탁 잔액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이 유언대용신탁 시장에서 선두를 지키는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경쟁사들도 시니어 자산관리와 신탁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2024년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를 출범한 뒤 치매안심 금융센터 신설과 유언대용신탁 상품 확대에 나섰고,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시니어 브랜드를 'KB골든라이프'로 통합한 데 이어 가입 문턱을 낮춘 간편형 유언대용신탁을 선보였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해 '신한 SOL메이트'를 출범하고 올해 치매안심신탁과 유언대용신탁 가입 절차를 간소화한 서비스를 내놓는 등 고령층 자산관리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고액 자산가 뿐만 아니라 일반 시니어 고객층에서도 은퇴 이후 자산관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만으로 노후를 대비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개인 차원의 자산 운용과 상속 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가입 최저금액과 연령 기준을 하향하는 등 일반 고객도 활용할 수 있도록 신탁 상품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특히 치매머니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유언대용신탁의 한 종류인 치매안심신탁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치매 고령자가 보유한 자산인 치매머니는 154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6.4%에 달했다. 2050년에는 488조원까지 불어나 GDP의 15.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 입장에서도 신탁 시장은 중장기 성장성이 높은 사업으로 꼽힌다. 고객의 자산을 장기간 관리하는 상품 특성상 거래 관계를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상속·증여 과정에서 배우자와 자녀 등 가족으로 고객 기반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 인구가 늘고 노후 자산관리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면서 미리 노후를 준비하려는 고객이 증가해 관련 상품 가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은행들도 가입 금액을 낮추는 등 상품성을 개선하면서 가입 건수와 잔액이 함께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