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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제약·바이오 기술이전도 ‘맞춤형’…강점 따라 사고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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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우 기자

승인 : 2026. 08. 2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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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판망 살려 기술도입·R&D 앞세워 기술수출
유통·상업화 역량 따라 거래 방식도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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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생성한 이미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술이전 전략이 점차 정교해지고 있다. 과거 자금과 해외 유통망 부족으로 단일 파이프라인을 해외 빅파마에 넘기는 기술수출에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연구개발(R&D) 역량과 영업망 등 각 기업이 보유한 자산에 맞춰 기술을 들여오거나 내보내는 전략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최근 미국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을 최대 7억9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들여오는 대형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오파칼림은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줄인 선택적 칼륨 채널(Kv7) 활성제로, 2029년 미국 출시를 목표로 후기 임상이 진행 중이다. 기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와 작용기전과 특성이 달라 환자 치료 선택지를 넓히고 병용요법으로 개발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번 기술도입은 기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의 2032년 특허 만료에 대비해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파칼림의 특허 만료 기간은 2039년이다. 특히 미국 현지에 구축된 영업 인프라와 직판망을 그대로 활용 가능해 신규 판매망 구축에 따른 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새로운 매출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명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미 구축된 미국 신경과 의료진 네트워크와 영업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해 동일한 적응증 내에서 다른 기전의 신약을 도입하는 전략"이라며 "뇌전증 특허의약품의 보유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도 있다"고 분석했다.

보유한 유통·상업화 인프라를 활용해 실속을 챙기는 전략도 눈에 띈다. 종근당은 최근 미국 키오라사로부터 희귀 망막질환 신약 'KIO-301'의 국내 독점 권리를 들여왔고, LG화학은 비마약성 통증치료제 '엑스파렐'의 아시아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직접 신약을 개발하는 데 드는 시간과 위험을 줄이면서 기존 병·의원 영업망과 질환별 네트워크에 외부 제품을 얹어 사업 영역을 넓히는 방식이다.

반대로 독자적인 연구개발(R&D) 역량을 축적해온 기업들은 기술수출로 정면 승부에 나서고 있다. 올해만 2건의 조 단위 대형 기술수출을 성공시킨 한미약품이 대표적이다. 한미약품은 6월 일라이 릴리에 희귀질환 치료제 '소네페글루타이드'를, 8월 로슈그룹 자회사 제넨텍에 근육 보존형 비만치료제 후보물질 'HM17321'을 기술수출했다. 두 계약 규모만 5조원을 넘어선다.

한미약품은 장기간 축적한 R&D 인프라를 기술수출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 회사는 신약·신제품 임상과 허가, 제제·플랫폼 연구 등을 수행하는 국내외 R&D 거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비만·대사와 항암, 희귀질환 등을 중심으로 25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투자 규모도 꾸준히 확대됐다. 한미약품의 연결 기준 R&D 투자액은 2021년 1615억원에서 지난해 2290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의 14.8%를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올해 6월 기준 계열사를 포함한 전체 R&D 인력은 670명이며, 이 가운데 한미약품 자체 R&D 인력은 425명이다. 올해 2분기에만 연결 기준 603억원을 R&D에 투입했으며, 매출 대비 비중은 12.9%였다.

이 같은 투자는 기술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신약 관련 누적 계약 규모는 약 10조원, 계약금과 마일스톤 수령액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자체 R&D에서 확보한 후보물질을 글로벌 제약사에 이전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다시 후속 파이프라인에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변화를 국내 제약·바이오의 거래 지형이 한층 고도화되는 과정으로 해석한다. 과거처럼 기술수출 자체를 성과로 보는 데서 벗어나 각 기업이 이미 확보한 R&D·영업·상업화 역량을 어디에 활용하는 것이 유리한지에 따라 기술도입과 기술수출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기술을 사오는 기업은 기존 판매망의 가동률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높이고, R&D에 강점을 가진 기업은 기술수출로 개발 위험을 분산하면서 후속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하는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과 몇 년 전에는 해외 기술수출이라는 단선적인 성과에 매달렸지만 이제는 각자 네트워크를 활용해 시너지를 내고, R&D에 강점이 있는 곳은 대형 기술수출로 정면 승부를 거는 양상"이라며 "가장 잘할 수 있는 판으로 거래 구조를 짜는 맞춤형 전략이 제약·바이오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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