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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로 몰리는 퇴직연금… 은행, 상품 늘리고 수수료 낮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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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승인 : 2026. 08. 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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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전 유형서 증권사 수익률 우위
적립금 5조 이동… 은행 점유율 하락
거래 편의성 강화·수수료 완화 등 경쟁

은행이 주도해온 퇴직연금 시장에서 수익률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증시 활황으로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에서 투자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가입자가 늘면서다. 올 2분기에는 증권사가 DB·DC·IRP 등 모든 유형에서 은행과 보험사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수익률을 앞세운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하자 은행들도 상품과 플랫폼, 자산관리 서비스를 강화하며 맞서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원리금 비보장상품 기준 DB형 수익률은 증권사가 4.51%로 은행(3.46%)과 보험사(2.91%)를 앞섰다. DC형에서도 증권사가 40.77%로 보험사(22.18%)와 은행(20.18%)을 웃돌았다. IRP 역시 증권사가 34.79%로 은행(24.48%), 보험사(18.68%)보다 높았다. DB·DC·IRP 모든 유형에서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이 은행과 보험사를 앞선 것이다.

수익률 우위는 실제 자금 이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시작된 2024년 10월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총 15조8699억원의 적립금이 이전됐다. 이 가운데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겨간 금액은 5조2225억원으로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반면 증권사에서 은행으로 이전된 금액은 1조2984억원으로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금액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은행은 여전히 281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은 퇴직연금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51.9%에서 50.8%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증권사 점유율은 27.9%에서 29.8%로 상승했다.

증권사는 수익률뿐 아니라 상품 선택 폭과 거래 편의성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증시 활황으로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증권사 앱을 통해 ETF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의 이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본부장은 "ETF는 주식처럼 거래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원래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가 거래 편의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수익률 제고는 물론 거래 편의성과 상품 선택권, 가입 이후 자산관리까지 경쟁 영역을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퇴직연금 계좌에서 ETF를 매도한 당일 다른 ETF를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ETF 실시간 시세 조회와 거래 단계 안내 기능도 추가했다.

신한은행은 수익률과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ETF를 포함한 실적배당형 상품 선택권을 확대하고 투자성향과 은퇴 시점에 맞춘 장기 자산배분·포트폴리오 관리를 강화했다. 은행권 최다 수준인 242개 ETF를 제공하며, 최근에는 전문 상담직원이 퇴직연금 운용현황과 수익률을 상담하는 '굿 이브닝 서비스'도 도입했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투자 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원큐'의 퇴직연금 ETF 거래 서비스를 개편해 실시간 호가와 시장정보를 제공하고 목표 수익률 도달 시 알림을 보내도록 했다. 카카오톡 기반 연금관리와 AI 인출기 솔루션 등 맞춤형 서비스도 운영한다. 우리은행은 투자성향에 따른 모델포트폴리오를 제공해 맞춤형 운용을 지원하고, NH농협은행은 ETF·펀드 등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개인투자용 국채와 비대면 화상 컨설팅 등을 통해 상품 선택과 사후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증권업권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도 낮추며 비용 경쟁에도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DC형 수수료 구간을 세분화하고 1000억원 이상 대형 사업장의 수수료율을 0.20%에서 0.10%로 낮췄다. 우리은행도 수수료율을 낮추거나 할인율을 확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고객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고객관리 역량이 가장 중요한 경쟁 요소"라며 "상품 라인업과 거래 편의성뿐 아니라 투자성향과 은퇴 시점에 맞춘 상품 선택, 포트폴리오 점검과 리밸런싱 등 지속적인 운용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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