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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디지털성범죄와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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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8. 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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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1)
그간 디지털성범죄 대응에서는 피해자가 담긴 불법촬영물이나 성착취물을 빠르게 삭제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인터넷 전송 속도로 피해가 확산되는 만큼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에 둬야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 역시 지금까지 '신속한 삭제'에 초점을 맞춰 대응해왔다.

실제로 2019년 'N번방'을 시작으로 대규모 성착취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 정부 대응은 눈에 띄게 빨라졌다. 당시 여성가족부와 경찰청, 방송통신위원회가 협의체를 구성했고, 성범죄와 관련한 디지털 게시물이나 사이트는 서면 심의를 통해 하루 만에 삭제·차단할 수 있는 수준까지 대응 속도가 빨라졌다. "빠르게 퍼지기 전에 더 빠르게 없앤다"는 전략으로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매년 늘어나는 삭제 건수는 고스란히 정부의 대응 성과로 제시됐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정부가 하루 만에 삭제하면 반나절 안에 도메인 주소 한 글자만 바꿔 재개설됐다. 사이트 1곳을 삭제하는 동안 그보다 많은 사이트가 새로 생겼다. 수사 당국이 위장 수사를 하면서까지 추적하자 컴퓨터 공학 박사까지 동원해 IP를 초 단위로 바꾸는 등 추적을 피했다. 디지털성범죄 건수는 2023년까지 잠깐 주춤했다가 2024년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으며 아직도 불법사이트는 3만곳이 넘는다. 피해가 줄기는커녕 갈수록 늘고 있다. '피해자 보호 중심'이라는 방향성은 맞았지만 그 방법을 잘못 찾은 것이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접근법을 완전히 바꿨다. 성평등가족부(성평등부)·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경찰청 등 관계기관은 20일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디지털성범죄의 유통 구조를 파헤쳐 수익 자체를 틀어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마디로 범죄를 저지를 명분을 없애 아예 발생을 막는 선제 조치다. 여기에 해외 법집행기관과 협조해 불법사이트를 '합법적 해킹'하고 내부 원본 데이터를 삭제하는 능동적 방어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발생 이후에 막는 사후 조치가 아닌, '선제 타격'을 중심으로 둔 것이다.

다만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범죄 수법은 진화하고 있다. 정부는 사이트를 호스팅하는 해외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 사업자와 협력을 강화해 단순히 국내 통신망에서 접속을 차단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조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한 불법사이트는 이 같은 차단 방식마저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한 정부 관계자는 "도둑놈이 항상 한발 앞선다"고 자조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성평등부와 방미통위, 경찰청 등 여러 관계기관이 동시에 같은 목표를 바라봐야 하는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나 기관 간 '밥그릇 싸움'도 경계해야 한다. 성평등부는 여성·아동 등 범죄 피해자를 중심으로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에 대해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았다. 피해자 보호를 핵심 목표로 삼아야 할 부처의 의지를 두고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로지 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에 매진해도 빠듯한 상황에서 외부 요인이 소모적으로 개입한다면 결국 범죄자들에게 또다시 시간만 벌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제야 본격적으로 디지털성범죄와의 전쟁에 돌입했다. 당장의 개별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범죄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곧 진정한 피해자 보호일 것이다. 최근 내놓은 통합 대응안을 완수해서 국내 범죄 근절을 넘어 국제적으로도 좋은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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