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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불신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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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8. 13.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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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웅 변호사
정지웅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검찰도 믿지 마라. 경찰도 믿지 마라. 국회도 믿지 마라. 국가도 믿지 마라.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불신은 냉소도, 국가에 대한 부정도 아니다. 권력은 언제든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괴물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국가가 없는 자연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설명했다. 사람들은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국가권력인 '리바이어던'을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우리를 지키기 위해 만든 거대한 리바이어던이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누가 그것을 멈출 것인가. 현대 민주주의는 국가를 만드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헌법으로 국가권력의 한계를 정하고, 권력을 나누고, 서로 견제하게 했다. 국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되, 그 힘이 국민 개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기에 끊임없이 의심하고 통제하는 것.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의 역설이다.

형사사법제도는 더욱 그렇다. 수사권은 한 사람의 자유와 명예, 재산, 때로는 인생 전체를 뒤흔들 수 있는 강력한 국가권력이다. 검찰이 행사한다고 반드시 공정한 것도 아니고, 경찰이 행사한다고 반드시 공정한 것도 아니다. 핵심은 누가 수사하느냐가 아니라 그 수사가 잘못됐을 때 누가 발견하고, 누가 견제하며, 누가 바로잡을 수 있느냐이다.

우리 형사사법의 역사에서 비대해진 검찰권이 여러 폐해를 낳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검찰개혁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러나 검찰을 불신한다는 이유로 그 권한을 다른 기관으로 옮겨놓고 이제 그 기관은 믿어도 된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일이다.

하나의 리바이어던을 견제하기 위해 또 다른 리바이어던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최근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서 경찰 수사의 오류를 직접 교정할 수 있는 기능도 크게 약화됐다.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에서 잘못을 발견해도 검사가 직접 증거를 보완하기보다 다시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방식이 중심이 된다.

같은 기관에 다시 판단을 맡기는 것으로 충분한가. 그래도 잘못되면 누가 바로잡는가.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동안 흘러가는 시간과 사라지는 증거는 누가 책임지는가.

그 대가는 결국 국민이 치른다. 정확히 말하면 돈 없고, 빽 없는 국민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된다. 피해자에게 수사 지연은 권리구제의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억울한 피의자에게 장기간의 수사는 그 자체로 고통이다. 한번 사라진 증거는 나중에 법을 고친다고 되살아나지 않는다.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이 선출했다는 사실이 국회의 판단이 언제나 옳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수도 잘못될 수 있기에 헌법과 헌법재판이 있고,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넘지 못할 선이 있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다. 국가를 사랑하는 것과 국가권력을 믿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오히려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키기 위해 국가권력을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검찰개혁이 검찰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했다면 그 불신은 경찰 앞에서 멈춰서도 안 되고, 국회 앞에서도, 정부 앞에서도 멈춰서는 안 된다.

개혁의 기준은 권력을 어디에서 빼앗아 어디로 옮겼느냐가 아니다. 국민의 권리가 더 잘 보호되는가, 잘못된 수사를 더 빨리 발견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가, 커진 권한만큼 견제와 책임소재도 촘촘해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우리가 믿어야 할 것은 권력자의 선의가 아니다. 권력은 언제든 잘못될 수 있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이다.

불신은 민주주의의 적이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유를 지키는 가장 오래된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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