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전담 인력 1만1000명 확충해야"
장애인·아동까지 포괄하는 보편적 돌봄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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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사회복지서비스는 지난 30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분절적이고 파편화된 전달체계, 서비스의 비효율과 중첩, 그리고 여전히 존재하는 넓은 사각지대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기존 복지 체계의 한계를 극복하고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돌봄 욕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패러다임이 바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다.
사회복지계는 이 통합돌봄 체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시설에 격리되지 않고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 내에서 개인의 욕구에 부합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으며, 개인별 돌봄 계획하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가 이뤄지는 촘촘한 시스템이 구축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다. 나아가, 파편화돼 있던 보건, 의료, 복지, 주거 등의 지역사회 자원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고 결합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돌봄서비스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청사진을 그려왔다.
그러나 현장의 간절한 기대와 제도의 훌륭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참담하다. 현재 정부가 통합돌봄에 투입하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해, 제도 시행 초기에 필수적인 최소한의 전담 인력이나 조직,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조차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국적인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단순한 사업비를 넘어 인프라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에도,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재정적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20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돌봄재정 획기적 확대 공동행동'은 다가오는 2027년도 통합돌봄 예산으로 최소 약 6500억원(사업비 2623억원, 인프라 구축비 3824억원)의 예산 편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총 1조9000억원 규모의 5개년 인프라 투자계획 중 1년 차에 해당하는 최소한의 소요액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 내 예산 협의는 올해 수준(914억원)을 맴돌며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심지어 국가 재정 운용 과정에서 초과세수가 발생한다는 소식이 들려와도, 이를 돌봄사회 구축에 선제적으로 투입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나 청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 과연 이 정부가 국가적 돌봄 위기를 해결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강한 의문을 품게 만드는 대목이다.
현재의 통합돌봄 설계가 안고 있는 또 다른 치명적 한계는 지나치게 노인 중심으로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지역사회 내에서 자립과 돌봄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장애인, 아동 등 다른 사회적 약자들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진정한 의미의 통합돌봄은 노인과 장애인을 넘어 전 국민을 아우르는 보편적 돌봄 체계로 반드시 전환돼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현장에서 실행될 수 없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도시와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등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돌봄 수요와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예산 설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읍면동에 배치된 통합돌봄 인력의 무려 91.8%가 다른 업무와 겸임하고 있는 열악한 현실이다. 전국 3500여 개 읍면동에 사회복지직과 간호직을 포함한 최소 3명의 전담 인력을 온전히 배치하기 위해서는 약 1만1000명의 전문 인력 확충이 절실히 요구된다.
기술의 진보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돌봄은 결코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양대 축이다. AI가 우리의 일과 편의를 돕는 혁신의 도구라면, 돌봄은 인간의 존엄과 생존을 지키는 필수불가결한 사회적 안전망이다. AI와 돌봄이 수레바퀴처럼 함께 맞물려 굴러가는 사회, 그것이 진정한 선진 사회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미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통합돌봄을 단순한 시범사업이나 생색내기용 정책으로 치부하는 안일한 태도가 아니다.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획기적으로 돌봄 재정을 확충하고, 튼튼한 지역사회 서비스 인프라와 공급체계를 구축하려는 과감한 결단이다. 시민사회단체는 미증유의 돌봄 위기 앞에서 이 정부가 어떤 철학과 태도를 가지고 정책을 집행하는지, 그리고 내년 예산안에 얼마나 책임 있는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는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돌봄은 결코 소모성 비용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가장 가치 있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