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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칼럼] 미래 성장을 위한 교육재정 개혁, 더 늦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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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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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성인 역량, OECD보다 낮은 이유는 고등교육과 평생학습의 한계 탓
10년간 초중고생 100만 이상 감소해도 교부금은 40조원서 75조원으로 급증
대학과 평생학습, AI 시대 필수 인재를 키울 최선의 투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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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석좌교수
반도체 호황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올해 수십조 원 규모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재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인공지능(AI), 반도체, 에너지 전환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이러한 방향은 바람직하다. 중요한 것은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다.

추가 세수는 첨단산업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인적자본 확충에도 투입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고에 편중된 교육재정 구조의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경직적인 구조를 개편해 고등교육과 평생학습, 지역 혁신 생태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도전은 잠재성장률 하락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노동 투입은 줄어들고 있으며, 앞으로 성장을 이끌 핵심 동력은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뿐이다. 그리고 기술혁신의 핵심은 결국 우수한 인재다.

한국은 교육을 통해 성장한 나라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출발한 한국은 천연자원도, 충분한 자본도, 넓은 내수시장도 갖지 못했다. 대신 사람에 대한 투자를 성장 전략의 중심에 두었다. 초중등교육은 한국 성장의 토대였다. 실제로 한국 초중등 학생의 기초학력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한국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문제는 그 이후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경쟁력을 잃는다.

2023년 국제성인역량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16~65세 성인은 언어능력, 수리력, 적응적 문제해결력의 세 영역 모두에서 평균점수가 OECD 평균보다 낮았다. 왜 세계 최고 수준의 초중고 학생들이 대학과 노동시장에 진입한 뒤에는 경쟁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고등교육과 평생학습 체계의 한계에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지만, 대학 교육의 질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학생들은 입시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대학은 산업과 기술 변화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 산업 현장의 수요 간 미스매치가 크다. 국제성인역량조사에서 한국 응답자의 35%가 자신의 최종학력이나 역량이 업무에서 요구되는 것과 맞지 않다고 답했다. 세계 대학 평가에서 한국의 일류대학들은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학에 크게 뒤처져 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업무 환경을 빠르게 바꾸면서 교육은 학교를 넘어 전 생애에 걸친 과정이 되고 있다. 그러나 졸업 이후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재교육과 직무훈련 체계가 미흡하다. 대학이 학위 중심 교육기관을 넘어 재교육과 직무 전환을 지원하는 평생학습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 대학은 지역 혁신의 핵심 거점이기도 하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대학에 대한 투자는 특허와 창업을 늘리고 지역의 고용과 임금을 높인다. '5극 3특 균형성장 전략'이 성공하려면 지역 특화 산업과 대학, 연구개발, 평생교육이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고등교육과 산업, 지역사회가 하나의 혁신 생태계를 이룰 때 지역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추가 세수가 이런 미래 투자로 충분히 이어지기 어려운 재정 구조에 있다. 현행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는 내국세의 20.79%를 초중등교육에 자동 배분한다. 이 제도는 학령인구가 급증하던 시기에는 합리적이었지만,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급감한 지금도 세수만 늘면 교육교부금이 자동 증가한다.

지난 10년간 초중고 학령인구는 100만명 이상 감소했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40조원대에서 75조원대로 크게 늘었다. 한국은 초중등교육에는 OECD 평균보다 많이 지출하는 반면, 고등교육에는 OECD 평균의 절반도 지출하지 않는다.

물론 초중등교육 투자를 무작정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초중등교육은 한국 성장의 토대였고 앞으로도 중요하다. 다만 인구구조와 기술 환경이 급변한 만큼 교육재정 구조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재정 개혁의 방향은 분명하다. 우선 내국세 연동 방식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학령인구와 교육 수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GDP 대비 지출 목표를 설정하고 학생 수 변화를 반영하는 탄력적 배분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둘째, 초중등교육 중심의 재정 구조를 고등교육, 평생학습, 지역 혁신 생태계까지 포괄하도록 재설계해야 한다. 특히 지역 대학이 지역 산업과 연계해 인재를 양성하고 연구 성과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대학도 변해야 한다. 융복합 교육과 산학협력을 강화하고 평생학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부실 대학은 구조조정하고, 경쟁력 있는 대학에는 집중 투자해야 한다. 등록금 규제를 합리화하는 대신 장학금 지원을 확대하고 대학의 재정 자율성도 높여야 한다.

교육은 소비가 아니라 미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투자다. 특히 대학과 평생학습에 대한 투자는 인공지능 시대의 인재를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다. 추가 세수가 생긴다면 미래 세대의 성장 역량을 키우는 데 우선 투자해야 한다. AI와 반도체에 대한 투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할 사람을 키워야 한다. 대학과 평생학습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지역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는 교육재정 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한국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인재를 얼마나 잘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이종화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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