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 부여는 비상이었다. 기상청은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를 예보했고, 부여군은 비상 대응체계를 유지하며 기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살폈다.
세도면과 초촌면 일대에서는 시설작물 재배지 9.57㏊가 침수됐고, 도로와 공공시설 곳곳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공무원들은 밤새 복구에 매달렸고 농민들은 한 해 농사를 잃을까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같은 시간 백 의장은 동료 의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술을 마신 뒤에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고, 음주운전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음주측정을 받았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1%로 처벌 기준에는 미치지 않아 훈방됐다. 그러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직자로서의 책임까지 지워주는 것은 아니다.
백 의장이 의장직에 취임한 지는 불과 열흘. 그는 "군민과 함께하는 책임 있는 의회"를 약속했다. 하지만 군민들이 침수 피해를 걱정하며 밤을 새우던 시간, 의장은 술잔을 들었다. 취임사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스스로 약속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 것이다.
백 의장은 "현장을 둘러본 뒤 고생한 동료 의원들과 맥주 한 잔을 했고, 택시를 잡기 어려워 직접 운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민이 묻는 것은 왜 운전했느냐가 아니다. 재난이 진행 중인 그 밤, 왜 술자리를 가져야 했느냐는 것이다.
재난은 공직자의 리더십과 도덕성이 가장 엄중하게 시험받는 순간이다. 같은 시간, 같은 하늘 아래 누군가는 침수된 농경지를 바라보며 가슴을 쳤고, 공무원들은 밤샘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 상황에서 군민을 대표하는 의장이 술자리를 갖고 직접 운전까지 했다는 사실은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군민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백 의장이 피한 것은 법의 처벌일지 모른다. 그러나 민심의 심판은 이제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