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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기술이전 숫자보다 중요한 것…K바이오를 키우는 자본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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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13.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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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Image 2026년 7월 13일 오후 05_21_54
/AI 생성 이미지
얼마 전 정부는 리가켐바이오에 5000억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투자를 결정했다. 단순한 자금 지원이 아니라 국내 바이오 산업에 던지는 정책적 메시지였다. 기술을 일찍 해외에 넘기기보다 후기 임상까지 직접 개발해 더 큰 가치를 만들라는 의미다. 수년간 반복돼 온 '조기 기술이전' 구조를 바꿔보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승강제를 추진하고 있다. 우량 기업을 선별해 자금을 집중시키겠다는 취지는 공감할 만하다. 문제는 바이오 기업까지 일반 제조업과 같은 잣대로 평가하려는 데 있다.

신약 개발은 공장을 돌리는 산업이 아니다. 연구개발비를 줄이면 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도 아니다. 오히려 연구개발에 투자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것이 정상이다. 임상 3상까지는 수천억원이 필요하고, 상업화까지 10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산업을 매출과 영업이익, 기술이전 실적 중심으로 평가하면 기업은 어떤 선택을 할까. 답은 이미 지난 20년 동안 반복됐다. 기술이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해외 제약사에 넘긴다. 후기 임상을 감당할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국가 산업으로 보면 가장 비싼 자산을 가장 낮은 가치에 파는 구조가 된다.

중국은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바이오텍과 수조원 규모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력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임상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 뒤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자본과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초기 임상 단계에서 계약을 맺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술 경쟁력의 차이라기보다 자본의 차이에 가깝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전략은 이미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리가켐바이오는 후기 임상까지 직접 개발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고, 알테오젠은 비독점 계약보다 독점 계약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디앤디파마텍과 올릭스 역시 후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뒤 기술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과거처럼 '빨리 파는 전략'보다 '가치를 키운 뒤 파는 전략'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본시장의 평가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기술이전을 몇 건 했는지,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단기 실적이 어떠한지를 중심으로 기업을 바라본다면 정부가 후기 임상을 지원하는 정책과 시장의 평가 기준은 엇박자를 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기다리라고 하는데 시장은 빨리 팔라고 하는 셈이다.

물론 바이오 기업이라고 예외를 두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산업의 특성에 맞는 평가 기준은 필요하다. 후기 임상 진입 여부, 글로벌 임상 수행 역량, 플랫폼 기술, 특허 경쟁력처럼 미래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 기술이전은 여러 성과 가운데 하나일 뿐, 절대적인 성공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 바이오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계속 초기 기술이전을 반복하며 계약 규모를 자랑하는 산업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후기 임상과 상업화까지 완주하는 기업을 키워 글로벌 빅파마와 대등하게 경쟁할 것인가.

신약 개발은 시간을 먹고 자라는 산업이다. 그 시간을 버틸 자본이 있어야 하고, 그 시간을 인정하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 K바이오가 중국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기술이전이 아니라, 더 늦게 팔더라도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제도와 자본이다. 이제는 기술이전의 숫자가 아니라 신약의 가치를 키우는 시장을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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