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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건강한 식탁의 주인공, 우리 잡곡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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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7. 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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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병석 국립식량과학원장
김병석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요즘 우리 국민의 식탁에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때 밥상의 중심은 흰쌀밥이었지만, 이제는 귀리, 조, 기장, 수수, 팥 등을 넣은 잡곡밥이 건강을 위한 선택이 되고 있다. 특별식이 아니라, 일상 메뉴로 자리 잡은 것이다. 2026년 농업전망대회 자료에서도 우리나라 가정에서 먹는 밥 가운데 약 70%가 잡곡 등을 섞은 혼합밥 형태로 나타났다.

이 변화는 반갑다. 그러나 잡곡밥 소비는 늘고 있는데, 그 밥상 위 잡곡의 주인은 누구인가. 건강을 이유로 소비는 늘고 있지만, 시장의 관심은 카무트, 렌틸콩, 퀴노아 등 수입 잡곡에 먼저 쏠리는 경우가 많다.

해외 곡물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 땅에서 오래 재배해 온 조, 기장, 수수, 팥, 귀리 역시 뛰어난 영양성과 기능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국산 잡곡의 생산 기반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소비는 늘지만 생산 기반은 약해지는 불균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잡곡은 낯선 식재료가 아니다. 과거에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 흉년을 견디게 해준 구황작물이었고, 쌀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밥에 섞어 먹는 보조 곡물이었다.

한때 부족함의 상징이었던 잡곡은 이제 식이섬유, 단백질, 무기질, 항산화 성분을 갖춘 건강 곡물이자 식품산업의 고부가가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국산 잡곡의 재발견은 과거 식문화로의 회귀가 아니라, 우리 식량작물의 쓰임을 넓히고 농업의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일이다.

식생활 변화와 고령화로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질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국산 잡곡의 영양성과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밝히는 연구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국립식량과학원은 국산 잡곡의 소비 기반을 넓히기 위해 작목별 기능성분을 분석하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혼합비율을 개발해 왔다.

조, 기장, 수수, 팥, 귀리 등을 활용한 국산 잡곡 혼합조성물에 대한 동물실험 결과, 공복혈당은 약 20% 이상, 혈압은 약 20% 낮아지는 효과가 확인됐다. 관련 성과는 특허 확보와 기술이전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우리 잡곡이 막연히 '몸에 좋을 것 같은 음식'이 아니라 현대인의 건강관리에 활용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갖춘 식품 소재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실에서 시작된 성과는 산업과 농업 현장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기술을 이전받은 산업체에서는 국산 잡곡 기반의 혼합잡곡, 선식, 음료, 간편식 등을 개발·출시하고 있으며, 안정적 원료 공급을 위해 생산단지 조성과 계약재배도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경쟁력 있는 국산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가는 판로 불안을 줄일 수 있는 기반을 갖춰 가고 있다.

이 흐름은 쌀에 치우친 식량작물 구조에서 벗어나 다양한 작물이 공존하는 농업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국산 잡곡 수요가 지역별 특화 생산과 가공 산업으로 이어질 때, 잡곡은 단순한 건강식품을 넘어 농촌의 새로운 소득 기반이 될 수 있다. 즉, 종자 개발부터 생산, 가공, 유통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전주기적 체계를 갖출 때 우리 농촌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앞으로도 우리 잡곡의 가치를 과학으로 뒷받침하고, 소비자와 산업체,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연구개발에 반영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기능성과 재배 안정성을 갖춘 품종을 육성하고, 생산·가공·소비가 선순환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 건강한 미래를 위해, 지금이야말로 국산 잡곡을 건강한 식탁과 지속 가능한 농업의 중심 자원으로 다시 세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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