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허가 핑퐁에 사업 고사...본질 벗어난 평가가 싹 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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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는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기중앙회에서 '법령정비 지연 해결을 위한 규제샌드박스 개선 좌담회'를 개최했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 분야 제품·서비스에 대해 일시적(2년·최대 4년)으로 규제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도입 8년 차를 맞은 현재 누적 승인 건수는 2518건에 달하지만, 실제 법령 정비가 완료된 사례는 617건에 불과하다.
정부는 만료 시점에 도달한 과제들의 법령 정비율이 높다고 해명하지만 현장의 온도는 다르다. 허가 만료 시점이 다가와도 법 개정이 지연되면서 스타트업들은 사업 중단 위기에 몰리고 있다. 투자 심사에서 '시한부 디스카운트'를 받아 자금 조달이 막히는 악순환도 반복된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직접 경험한 분산 ID(DID) 기반(중앙 서버나 공인기관을 거치지 않고 개인이 자신의 모바일 기기 등에 신원 정보를 저장해 직접 관리하고 증명하는 탈중앙화 신원증명 방식) 서비스의 사례를 공유했다. 최 대표는 "혁신 서비스로 승인받았으나 '계좌 개설 1000개 한도'라는 부가 조건에 발목이 잡혔다"며 "은행은 한도를 늘려오라 하고 주무부처는 은행과 먼저 계약해 오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핑퐁 행정 탓에 사업이 좌절됐다"고 털어놓았다.
최근의 루센트블록(부동산 조각투자) 사태도 이와 같다. 특례 기간 동안 단 한 건의 사고 없이 안전성을 검증했음에도 기존 거대 금융기관 중심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해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샌드박스가 결국 희망고문일 뿐"이라는 회의론이 팽배하다.
좌담회에서는 규제 부처의 책임 회피를 타파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책들이 제시됐다. 정병규 중소벤처기업부 옴부즈만지원단장은 "실증 기간 동안 안전성이 입증됐다면, 국회의 법 개정 여부와 무관하게 해당 기업에 한해 임시허가를 상시 부여해 사업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세훈 한국법제연구원 규제혁신법제팀장은 "주무부처 간 법령 개정을 강제할 명령 권한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고,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공무원이 책임을 지지 않도록 실증 완료 후 입법을 주도한 공무원에 대한 강력한 '행정 면책(Safe Harbor)' 제도가 가동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민간 업계는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고 최종적인 규제 종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신설을 최우선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사전 컨설팅부터 부처 간 조율까지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SaaS형 규제 심사(소프트웨어를 PC에 따로 설치하지 않고 인터넷에 접속해 진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처리하는 인터넷 서비스형 심사 방식) 실시간 추적 플랫폼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