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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로]K-컬처의 그늘, 문예기금 재원 안정성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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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6. 0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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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문화부 부장
전혜원 문화부 부장
K-컬처는 세계 무대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영화는 국제영화제에서, K-팝은 글로벌 시장에서, 미술과 공연예술은 해외 현장에서 주목받는다. 문화강국이라는 표현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됐다. 한국 문화예술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사실만큼은 이제 누구도 쉽게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화예술계 내부에서는 다른 질문도 꾸준히 제기된다. 이 성장을 떠받치는 재원은 과연 안정적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문화예술계가 문예진흥기금의 재원 안정화 방안을 논의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토론회가 열리며 재원 구조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됐다. 문화예술의 외연은 넓어졌지만, 이를 지탱하는 기반은 여전히 점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문예진흥기금은 공연, 전시, 문학, 시각예술, 지역문화, 국제교류, 신진 예술인 지원 등 문화예술 지원의 핵심 재원이다. 문화예술진흥법 역시 정부 출연금, 기부금품, 운용수익금 등을 기반으로 기금을 조성하도록 하고 있다. 문예기금이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문화예술 생태계를 지탱하는 공적 기반이라는 점에서, 재원 안정성은 늘 중요한 과제로 남는다.

문제는 최근 예술계 안팎의 지원 수요가 급증하고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지역 격차 해소, 장애예술 지원, 실험적 창작, 국제교류 같은 과제는 모두 공공 지원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동시에 예술 현장은 경기 변동이나 정책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사업은 늘어나는데 일반회계나 타 기금 전입금에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로는 불확실성이 크고, 현장의 불안도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예기금 논의는 단순히 예산을 얼마나 더 배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논의는 새롭지 않다. 2004년 기금의 주된 재원이었던 모금 제도가 폐지된 이후, 문화예술계는 안정적 재원 확보 방안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문화 관련 세원 연계, 문화산업 수익 환류, 정부 출연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지만, 아직 뚜렷한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만큼 이 문제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에 가깝다. 한 번의 토론으로 정리될 사안이 아니라, 문화정책 전반의 설계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문화산업이 커질수록 기초예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진다. 오늘의 K-컬처는 오랜 시간 축적된 창작 환경과 공공 지원 위에서 성장해온 결과다. 흥행과 시장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과도 가능했다. 결국 문화예술의 경쟁력은 눈에 띄는 성과만이 아니라, 그 성과를 가능하게 한 기반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 뒤에는 늘 보이지 않는 준비와 축적이 있기 마련이다.

문화정책은 단기 성과로 재단할 수 없다. 예술 생태계가 자리를 잡고 한 지역의 문화 기반이 쌓이기까지는 긴 호흡의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예술가가 성장하고, 하나의 장르가 뿌리내리려면 신뢰할 수 있는 토대가 먼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서 문예기금 논의는 단순한 예산 문제가 아니라, 문화강국의 기반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성장의 성과를 말하는 것만큼, 그 성과를 떠받치는 토대를 지키는 일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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