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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애 낳으려면 폐업 수순? 사장님은 육아휴직 왜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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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은 기자

승인 : 2026. 05. 12. 15:36

한성숙 “소상공인 돌봄, 이제 개인 몫 아니다”
한성숙 장관, 마포 골목서 ‘소상공인 모성보호’ 선언…근로자 기준 넘어선 안전망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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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중기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독립서점을 찾아 서점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오세은 기자
서울 마포구 성미산로의 좁은 골목길. 12일 오후, 평소라면 빵 냄새와 커피 향으로 평화로웠을 이곳에 팽팽한 긴장감과 절박한 목소리가 교차했다. 화려한 회의실 대신 골목 한복판 작은 서점에 모인 여성·청년 소상공인들은 그간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생존의 고백'을 쏟아냈다.

"가게 문을 닫으면 당장 생계가 막막합니다. 1인 자영업자에게 출산은 축복이 아니라 거대한 벽이자 경영 위기일 뿐입니다."

세 아이를 키우며 첫 창업의 실패를 딛고 일어선 조윤수 지니더바틀 대표의 목소리가 떨렸다. 조 대표는 8년간 아이를 낳고 키우며 겪은 돌봄 공백이 어떻게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는지 생생하게 증언했다. 어린이집 대기 문제부터 하원 시간대의 돌봄 매칭 어려움까지, 사장님들에게 육아는 매 순간이 폐업을 고민하게 하는 리스크였다.

간담회에 앞서 인근 1인 점포인 유메이크쿠키와 아틀리에 보은을 직접 찾은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골목상권을 지켜온 노고가 헛되지 않게 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날 간담회는 중기부가 취임 후 공을 들여온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시리즈'의 첫걸음이다. 한 장관은 "그간의 사회안전망은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돼 사장님이자 노동자인 1인 자영업자들을 포괄하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현장의 토로는 이어졌다. 9년 차 베이커리 사장 유종상 대표는 "자영업자에게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같은 제도 자체가 없다 보니, 아이 문제로 결국 폐업한다는 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시로 올라온다"며 "결혼과 출산을 꿈꾸다가도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결국 연애를 포기하게 되는 게 지금 청년 소상공인들의 모습"이라고 털어놓았다.

신혼부부 소상공인들 역시 "지레겁부터 먹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매장을 비울 때 발생하는 매출 타격과 대체 인력을 구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아이라는 축복은 사치처럼 느껴진다는 고백이었다.

한 장관은 이번 간담회 장소를 성미산로의 작은 서점으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통시장 안에 서점이 들어서며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모습에 주목해왔다"는 한 장관은 "정책 또한 현장의 삶과 밀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기부는 이날 논의된 출산·육아기 소득 보전 방안과 돌봄 바우처 신설 등을 위해 재정당국과 즉각적인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어지는 시리즈 간담회에서는 휴·폐업 부담 완화와 건강·노후 안전망 등 소상공인의 생애 전 주기를 아우르는 '골목길 안전판'을 완성할 계획이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 한 청년 소상공인은 "장관이 좁은 가게 안까지 들어와 우리 고충을 듣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봤다"며 "이제는 아이를 낳으면서도 내 가게를 지킬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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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숙 중기부 장관이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에 있는 쿠키 매장을 찾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오세은 기자
오세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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