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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등도 해외 나가니 67등”…여전히 우물안에 머무는 5대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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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5. 11. 17:54

금융지주 실적 호조에도 글로벌 존재감은 미미
고환율 영향도 있지만…성장 한계 노출
“리테일 강화·M&A 병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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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하는 금융그룹들이 정작 해외 무대에서는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와 7위로 올라선 주식시장 등 한국 경제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국내 금융그룹들의 글로벌 순위는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그간 글로벌 금융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며 외형 확장에 공을 들여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고환율 등 환경적 요인뿐만 아니라 국내 대출 성장에 기대 몸집을 키워온 기존 성장 방식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려면 해외자산 규모를 의미 있게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금융사들의 강점인 리테일 금융 경쟁력을 해외 시장에 안착시키고,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새로운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라는 제언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S&P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최근 발표한 '2026년 자산규모 기준 세계 100대 은행'에서 국내 금융그룹들의 순위가 예년과 비교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그룹이 80위에서 85위로 5계단 하락했고, 농협금융그룹과 우리금융그룹은 90위권으로 밀려났다. 신한금융그룹은 전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고, KB금융그룹만 유일하게 한 계단 오른 67위를 기록했다. 다만 KB금융 역시 2023년과 비교하면 59위에서 67위로 낮아졌다.

상위권은 미국·영국·중국 등 대형 금융시장을 보유한 글로벌 금융사들이 차지했다. 중국공상은행(중국)과 JP모건체이스(미국), BNP파리바(프랑스), HSBC(영국) 등이 10위권에 들었고, MUFG·SMFG·미즈호 등 일본의 3대 금융그룹 역시 20위권에 포함됐다. 반면 국내 금융그룹들은 100대 은행 명단에는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글로벌 상위권 진입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순위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환율 영향을 꼽는다. 자산 규모를 달러 기준으로 환산해 집계하는 만큼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고환율로 원화 자산이 축소돼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회계 차이도 있겠지만 지난해 평균 환율이 전년 대비 약 60원 정도 상승한 영향이 크다"며 "원화 기준 총자산은 대출자산 증가를 중심으로 매년 유의미하게 성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대출자산에만 의존해온 전통적인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내수시장 한계와 대출 규제로 대출 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는 만큼, 해외사업 비중을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동시에 IB(투자금융)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해외자산 비중이 30%대에 달하는 일본 3대 금융그룹은 2024년 기준 해외수익 비중이 50%대를 상회하는 등 핵심 수익원으로 안착시켰다. 반면 국내 금융그룹은 글로벌 사업이 가장 활발한 신한금융마저 지난해 말 기준 해외사업 자산 비중이 10%에 그치는 실정이다.

손재성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는 "그간 국내 금융사들은 해외에 진출하더라도 현지 고객보다는 한국계 기업이나 교민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경향이 강해 저변 확대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현지 거래 비중을 늘리기 위해 지방은행 규모의 금융사 인수합병도 적극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사 상당수는 투자은행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인식과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IB와 M&A 딜 수행 역량을 제고하고 동시에 구체적인 시장 참여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강점인 리테일 금융 부문에서 경쟁력을 더욱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민환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IB 시장은 미국·유럽 등 선진국 금융사들의 독점 구조가 공고해 국내 금융사들이 비집고 들어가기 쉽지 않고, 매력적인 매물을 찾기도 어렵다"며 "국내 금융사들이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리테일 금융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부문에 힘을 싣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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