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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가 국내 신진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 '무신사 넥스트 패션 스콜라십(MNFS)'의 파이널 브랜드 3팀을 성수동 팝업스토어를 통해 선보였다. 팝업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며, 6기 파이널 트랙에 오른 수더넴(PSEUDONYM), 오기(OGI), 이양(EYANG)이 참여했다. 세 브랜드는 팝업 오픈과 함께 무신사 스토어에도 입점하며 오프라인 전시와 온라인 판매를 동시에 시작했다.
팝업 공간은 브랜드별 콘셉트에 맞게 꾸며졌다. 하드코어 Y2K와 언더그라운드 유스 문화에서 출발한 브랜드 '이양'은 블랙과 그레이를 중심으로 한 공간에 바이크 헬멧, 선글라스, 레더 팬츠 등을 배치했다. 10~20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도시적이고 거친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양을 이끄는 정재연·공어진 디렉터는 브랜드 방향성에 대해 "언더그라운드 Y2K 감성과 도시적인 무드를 바탕으로, 정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깃은 10~20대 젊은 층이고 여성용 제품과 유니섹스 제품을 함께 전개하고 있다"며 "무신사 프로그램을 통해 룩북 촬영, 실무 멘토링, 온라인 입점까지 연결되면서 브랜드를 실제 시장에 내놓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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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의 권소윤·박소현 디렉터는 "한국에는 재미있는 문화와 개성 있는 요소가 많지만, K컬처가 다소 단편적으로 소비되는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느낀 한국의 색다른 면모를 옷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디렉터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서 받은 기억과 부모 세대의 1980년대 스타일, 한국의 일상적 정서를 브랜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수더넴은 보다 차분하고 미니멀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필명'을 뜻하는 브랜드명처럼,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순간에 주목했다. 북유럽적인 미니멀 실루엣을 바탕으로 하되 라벨을 밖으로 꺼내거나 바지 뒤쪽에 패턴을 넣는 식의 작은 변주가 더해졌다. 말괄량이 삐삐에서 영감을 받은 롱스타킹 모티프도 컬렉션에 녹였다.
수더넴의 기영진·함서영 디렉터는 "수더넴은 필명이라는 단어에서 출발했다"며 "우리 옷을 입는 사람들이 다양한 자기 모습을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두 디렉터는 북유럽 패션과 미니멀한 실루엣에 관심을 두고 브랜드를 구상했다.
무신사 지원에 대한 만족감도 컸다. 수더넴 측은 "브랜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본적인 부분이 가장 큰 부담이었다"며 "지원금을 통해 생산과 패턴 작업에서 해보고 싶었던 시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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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6기 장학생들은 지난해 9월 프로그램에 합류한 뒤 브랜딩 교육과 시제품 제작, 내부 심사, 무신사 앱 내 대중 투표를 거쳤다. 이후 지난 2월 파이널 브랜드 3팀으로 최종 선정됐고, 약 2~3개월 동안 룩북 촬영과 팝업 준비, 상품 보완 과정을 진행했다.
무신사 관계자는 "신진 디자이너들이 창의성을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자본, 공간, 촬영, 유통, 마케팅 등 여러 단계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MNFS는 학생 디자이너가 브랜드 디렉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실무 전반을 경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MNFS를 거친 디자이너들의 성과도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1기부터 6기까지 누적 113명의 예비 디렉터가 프로그램을 거쳤고, 이 가운데 15개 팀이 실제 법인 설립 및 브랜드 론칭으로 이어졌다. 일부 브랜드는 무신사, 29CM, 무신사 엠프티 등 팀무신사 채널에 입점해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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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 브랜드 입장에서는 무신사 플랫폼이 초기 시장 진입의 통로가 된다. 독립 브랜드가 처음부터 생산비, 촬영비, 오프라인 팝업 비용, 온라인 유통 채널을 모두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대학생 디자이너의 경우 아이디어는 있어도 실제 제품화와 판매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무신사는 이 간극을 메우는 방식으로 신진 브랜드를 조기에 발굴하고 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패션 플랫폼의 경쟁력이 단순히 많은 상품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브랜드를 얼마나 빨리 발굴하고 키우느냐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가 MNFS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와 일찍부터 접점을 만드는 것은 향후 플랫폼 내 독창적인 브랜드 풀을 확보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만난 디렉터들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오기 측은 "한국의 개성 있는 문화를 색다르게 보여주는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며 "향후 유럽처럼 디자인을 중시하는 지역에서 쇼룸을 열고 바이어 네트워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양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언더그라운드 Y2K 감성을 앞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수더넴 역시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