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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반도체의 선전 덕분에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예상을 뛰어넘어 '깜짝 성장'했다. 반도체 업종의 성장기여도가 무려 55%까지 껑충 뛰었지만, 마냥 반길 일만은 아니다. 2분기부터 중동전쟁 여파가 성장·소비·물가 지표에 본격 반영되는 만큼 반도체 외발로는 지속 성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는 23일 1분기 매출이 52조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9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7조원으로 405% 급증했다고 공시했다. 모두 창사 이래 최고 기록으로 한국 기업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에는 다소 못 미친다. 하지만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은 72%로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67.6%), 대만 TSMC(58.1%), 삼성전자(43%)를 훌쩍 뛰어넘었다.
덕분에 성장률도 날아올랐다. 한국은행은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직전 분기대비 1.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1분기 성장률 전망치(0.9%)의 두 배에 육박하고, 2020년 3분기 이후 5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분기 역성장(-0.2%)의 부진을 딛고 단기간에 V자형 반등에 성공한 것은 분명 반길 일이다.
하지만 '반도체 외발 성장'의 그림자는 오히려 더 짙어졌다. 1분기 수출은 전분기 대비 13% 늘어난 2192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중 약 40%가 반도체였다. 자동차·선박·철강 등 반도체를 뺀 나머지 업종의 수출은 오히려 1% 감소했다. 1분기 설비투자가 전분기 대비 4.8% 증가했으나, 이 역시 반도체 생산능력 증가를 위한 투자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수출과 달리 성장의 양 날개 중 하나인 소비지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민간 소비는 전분기 대비 0.5% 증가에 그쳤고, 정부 소비도 고작 0.1% 늘었다. 2분기 전망은 더 암울하다. 한은이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2로 전월보다 7.8포인트 하락해 1년만에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물가도 비상이다. 4월 생산자물가는 4년만에, 수입물가는 외환위기 후 최대폭으로 급등했다. 이는 수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한은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3월 말까지는 국내로 들어 왔다"며 "(중동 유조선 등이 끊긴) 4월부터 전쟁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정부가 역대급 기업 실적, 장중 6500선을 돌파한 코스피 등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에 안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예고 등 정부가 신경 써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 아니다. 정부는 반도체 연구개발(R&D) 분야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등 규제 완화를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K자형 양극화로 한국경제의 구조적 쏠림이 고착화하지 않도록 자원배분과 구조조정에 신경을 쓰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