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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맛 타협 없었다”…농심, ‘매운맛 불모지’ 일본서 K-푸드 확산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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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연 기자

승인 : 2026. 04. 19. 18:00

신라면, 일본 라면 판도 바꿔
일본 법인 매출 작년 2000억원…4년만에 2배 껑충
신라면 툼바, 2년만에 日 편의점 빅3 입점
너구리, 제2 파워브랜드로…성장 축 다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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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신라도쿄 최대 번화가 하라주쿠 다케시타 거리에 위치한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 전경. 일본 젊은 고객들이 팝업스토어에 입장하고 있다./이창연 기자
"'매운맛을 못 먹는 사람에겐 안 팔아도 되니 신라면 본연의 맛을 유지해야 한다'는 고(故) 신춘호 농심그룹 선대 회장님의 철학에 따라 순한 맛으로 타협하지 않았다."

올해 불혹을 맞은 농심 '신라면'이 일본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며 K푸드 확산을 이끌고 있다. '매운맛'이라는 장르조차 없던 보수적인 일본 라면 시장에 진출한 데이어, 최근엔 '신라면 툼바'까지 현지 3대 편의점에 입점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에 힘입어 농심은 일본 시장에서 제2의 라면 파워브랜드로 자리잡겠다는 구상이다.

라면 종주국에 없던 '매운맛' 시장 창조… 뚝심이 만든 200억엔

19일 농심에 따르면 2021년 111억엔이었던 농심 일본법인 매출은 4년만인 지난해 209억엔(약 2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 중 신라면 브랜드 매출만 165억엔(약 1550억원)에 달한다. 현재 일본 매운맛 라면 시장 규모는 전체의 약 6% 수준이지만 신라면이 이 중 40%를 점유하며 카테고리 전체의 성장을 견인 중이다. 이같은 농심의 빠른 성장세에 닛신, 도요스이산 등 현지 대형 라면 제조사들까지 뒤늦게 매운맛 라면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추격에 나서고 있다.

농심의 성공이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 시장에서 '매운 라면'이 오랫동안 비주류로 분류돼 왔기 때문이다. 일본 라면 시장은 '미소(된장)', '쇼유(간장)', '시오(소금)', '돈코츠(돼지사골)' 등 달고 짭짤한 국물 기반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약 7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이 시장은 매년 1000종 이상의 신제품이 출시됐다 자취를 감추는 치열한 격전지이기도 하다.

김대하 농심 일본법인장은 "2002년 법인 설립 당시 일본 시장에는 매운맛 장르 자체가 없었지만, 순한 맛으로 타협하지 않았다"며 "브랜드를 정확히 심고 차별화된 맛을 알린 끝에 농심이 일본에 없던 매운맛 시장을 창조해 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해외 라면 제조사 최초로 일본 농림규격(JAS) 인증까지 획득하며 일본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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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툼바' 돌풍…日 편의점 빅3 전 점포 정식 입점

올해 농심 일본법인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은 단연 '신라면 툼바'다. 신라면 툼바는 최근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 3대 편의점 전국 5만3000여개 점포에 정식 입점했다. 일본 유통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성과다. '소매점' '고령화 대응' '재난 거점' 등 다양한 사회적 인프라 기능을 수행하는 일본 편의점은 식품 매출 비중이 64%에 달해 입점 경쟁이 치열하다. 통상 1개월 남짓 한시 판매 후 매대에서 빼버리는 관행이 굳어져 있지만 툼바는 이를 깨고 '연중 상시 판매' 라인업에 안착했다.

신라면은 1997년 세븐일레븐을 시작으로 일본 편의점 시장에 진입한 뒤, 2015년에야 한국 라면 최초로 일본 3대 편의점 전 점포 입점을 달성했다. 반면 신라면 툼바는 출시 1년만에 이를 이뤄냈다. 물 붓는 구멍을 별도로 설계하고, 일본 용기면에선 드문 '전자레인지 조리 방식'을 적극 도입하는 등 현지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점이 주효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한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일본 전역에서 나온 히트상품 가운데 18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비전 2030, 신라면 이어 '너구리' 제2 파워 브랜드 육성

농심 일본법인은 해외 브랜드 기준 1위인 신라면을 축으로 '비전 2030' 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30년까지 매출 400억엔(약 3억 달러)을 돌파하고, 매운맛 시장 점유율 50%를 확보해 일본 즉석면 시장 상위 6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지 밀착형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하라주쿠 팝업스토어 '신라면분식'을 운영하고, 일본 테마파크 후지큐 하이랜드와 협업한 '신라면 파크'를 선보이는 한편, 삿포로 눈축제 등 지역 축제와 연계한 시식 행사로 젊은 소비자층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내년 상반기에 한큐백화점과 팝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의논 중이다.

농심은 올해 '제2의 파워브랜드'로 너구리를 전면에 내세우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너구리는 라면이면서도 우동에 가까운 콘셉트로 카테고리 구분이 비교적 명확하고 특유의 굵은 면발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농심은 신라면과 너구리를 양축으로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블랙 푸드 특성상 호불호가 갈리는 짜파게티는 후순위로 두고 단계적 육성 전략을 취하고 있다. 김 법인장은 "이제는 제2의 브랜드를 키울 때"라며 "일본 소비자들이 특히 오동통한 면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너구리'를 다음 타자로 낙점하고,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신(辛) 브랜드에 준하는 파워 브랜드로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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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지 고객들이 지난 15일 일본 도쿄에 위치한 '신라면분식' 팝업스토어에서 라면 자동제조기로 신라면을 끓이고 있다./이창연 기자
이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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