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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지대’ 임신중지 입법 재가동?…‘7년 공백’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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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4. 14. 17:58

헌재 결정 이후 7년째 입법 공백 장기화
병원 거부·비공식 약물 유통·정보 부족
비용 상승 등 취약계층일수록 위험 더 커져
소중한 갓난아기<YONHAP NO-3729>
연합
임신중지 제도가 사실상 공백 상태에 머무른 가운데, 최근 입법 방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실제 입법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장기화된 제도 공백 속에서 결국 그 부담이 고스란히 여성 개인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정부 등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국회의원들로부터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면서 여성의 임신중단 결정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해당 법안은 '낙태' '중절' 등 기존 용어를 '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인공임신중절의 허용 한계를 규정한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수술 중심의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약물에 의한 임신중지까지 포괄하도록 규정을 정비했다. 임신중지를 처벌 대상이 아닌 의료서비스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다만 속도는 예측하기 어렵다. 앞서 정부가 올해 상반기 내 입법 방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또한 국회 일정과 맞물리면서 논의가 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문제의 시작은 2019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헌재는 지난 2019년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즉각 폐지 대신 2020년 말까지 대체 입법을 요구했다. 그러나 국회는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그동안 국회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처리하지 못했고, 정부는 부처 간 협의를 이유로 결정을 미뤘다. 문제는 이 공백이 단순한 입법 지연이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어 의료기관마다 판단이 달라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임신중지 시술 가능 여부, 시기, 비용 등이 병원마다 제각각인데다 일부 의료기관은 법적 책임을 우려해 시술 자체를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보 역시 공공이 아닌 비공식 경로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임신중지 관련 정보와 상담 기관에 대한 인지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했고, 실제 이용률도 10~30% 수준에 그쳤다. 대신 인터넷과 SNS가 주요 정보 창구로 자리 잡았다.

안정성도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약물 복용자의 90% 이상이 구토, 복통, 출혈 등 부작용을 경험했지만, 절반 이상은 의료기관을 찾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낙태죄 폐지야 말로 전형적인 시스템 공백에 따른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법적 처벌은 사라졌지만 기본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으면서, 임신중지가 제도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김동식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입법공백 시기 여성의 임신중단 인식과 경험 연구 보고서를 통해 "입법공백이 장기화될수록 불법적 경로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궁극적으로 여성의 재생산 권리와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며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과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대체입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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