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재정의 역할이 단기 처방에 머무르지 않고 상시적 확장으로 이어질 경우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미 국가채무 비율은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역시 구조적으로 고착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1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D1)는 1304조5000억원(잠정)으로 전년 대비 129조4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국가채무 증가 폭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규모입니다.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46.0%에서 49.0%로 3.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단기간에 채무 규모와 비율이 동시에 크게 확대된 것입니다.
지난해 나라의 실질적 살림살이 수준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역시 104조200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전년(104조8000억원)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100조원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에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3.9%로 정부가 제시한 재정준칙 기준(3.0%)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 문제입니다. 시장은 정부의 '지출 의지'보다 '상환 능력'을 더 민감하게 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인 재정 건전화 방안이 병행되지 않는 확장재정은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확장재정 추세가 이어지면 이번 정부 내에서 일반정부부채(D2)의 비율이 GDP의 60%를 넘어설 것"이라며 "이 경우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내릴 타이밍만 보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확장재정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전제는 명확해야 합니다. 위기 대응이라는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재정 정상화 경로가 제시돼야 하며, 지출의 효율성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합니다.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확장재정은 결국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미루기 정책'에 불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