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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암바니·3위 삼성…AI가 키운 아시아 재벌들, 20대 가문 자산 역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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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승인 : 2026. 04. 13. 09:55

블룸버그 조사, 상위 20개 가문 합산 자산 967조 원…전년 대비 16% 증가
AI 직접 개발 아닌 알루미늄·반도체·인프라 등 'AI 기반시설' 공급이 부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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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 참석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연합뉴스
미국과 이란 간의 갈등으로 글로벌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는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AI) 거품 경고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아시아 최상위 부유층 가문의 자산은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2026년 아시아 상위 20대 부호 가문의 총자산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6470억 달러(약 967조 원)를 기록했다. 2019년 해당 순위 집계가 시작된 이래 가장 큰 연간 증가 폭이자 역대 최고 금액이다.

◇ 알루미늄부터 정유까지…AI가 전통 산업의 가치를 바꿨다
이번 순위에서 두드러진 흐름은 AI를 직접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AI가 돌아가는 데 필요한 원자재와 인프라를 쥔 전통 기업들이 가장 큰 부를 쌓았다는 점이다. 마를렌 딜레만 싱가포르 IMD 경영대학원 교수는 "각국 정부가 데이터센터와 생산 시설을 자국 내에 두려는 성향이 강해지면서, 관련 역량을 갖춘 아시아 가문들이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알루미늄 기업 중국훙차오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전기차에 필수적인 알루미늄 수요가 폭발하면서 지난해 주가가 약 200% 급등했고, 이를 이끄는 장보(張波) 회장 일가의 자산은 447억 달러(약 66조8000억 원)로 뛰어올랐다.

1위 인도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스의 무케시 암바니 회장도 세계 최대 정유단지를 보유한 전통 에너지 기업을 발판 삼아 AI 인프라로 확장하고 있다. 암바니 회장은 지난 2월 AI 관련 인프라에 7년간 최대 1200억 달러(약 179조3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암바니 일가의 자산은 897억 달러(약 134조1000억 원)로 아시아 1위를 기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끄는 삼성 이(李)씨 일가(455억 달러·약 68조 원)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위치를 바탕으로 3위에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해 오픈AI의 샘 올트먼, 엔비디아의 젠슨 황과 잇달아 만나며 AI·로봇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 정(鄭)씨 일가(16위·217억 달러·약 32조4000억 원)도 AI 데이터센터·로봇 공장·수소 플랜트에 9조 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 동남아 3국에서만 7곳…'가족 기업 강국'의 면모
20개 가문 가운데 11곳이 동남아시아·남아시아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가족이 경영권을 쥐고 대를 이어 사업을 확장하는 전통이 강한 동남아 경제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태국에서만 3개 가문이 이름을 올렸다. 4위 CP그룹의 지아라바논 일가(448억 달러·약 67조 원)는 1921년 중국 남부 출신 이민자가 방콕에서 종묘상으로 시작해 4세대 만에 45만 명을 고용하는 글로벌 식품·유통 그룹으로 키웠다. 올해 2월에는 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에 110개 매장을 여는 5억8000만 달러 규모의 소매 확장 계획을 발표했다. 레드불로 알려진 유비디야 일가(7위·329억 달러·약 49조2000억 원)와 백화점·호텔 체인 센트럴그룹의 지라티밧 일가(20위·157억 달러·약 23조5000억 원)도 나란히 순위에 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룸(Djarum) 담배와 최대 민간은행 BCA를 거느린 하르토노 일가(8위·302억 달러·약 45조1000억 원)가 세대교체의 한가운데 있다. 올해 초 공동 창업자 마이클 밤방 하르토노가 86세로 별세했고, 동생 로버트 부디 하르토노의 세 아들이 담배·금융·벤처투자를 각각 나눠 맡아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 싱가포르에서는 UOB 은행의 위 일가(19위·160억 달러·약 23조9000억 원)가 4세대에 걸쳐 은행을 키워온 사례로 꼽힌다.

◇ 홍콩 부동산, 바닥 찍고 반등
홍콩 부동산 시장의 회복도 순위 변동의 주요 변수였다. 2위에 오른 신홍카이프로퍼티스의 궉(郭) 일가(502억 달러·약 75조 원)를 비롯해 뉴월드디벨롭먼트의 헨리 청 회장 일가(11위), 헨더슨랜드 창업자 리사우키 일가(12위), 월록그룹 창업자 파오위콩 일가(13위) 등 홍콩 부동산 4대 가문이 모두 순위가 올랐다. JP모건이 신홍카이프로퍼티스의 웨스트카우룬 아티스트스퀘어타워에 10년 장기 임차 계약을 맺는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회복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AI 붐이 새로운 부를 만들어내는 만큼이나 오래된 부를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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