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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작용만 큰 석유최고가제, 계속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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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4. 13. 00:01

중동전쟁에 따른 고유가 충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됐다. 12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992원, 서울 평균은 2024원이다. 중동전 발발 이후 모두 최고치다. 그런데도 주유소에는 차량이 몰리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3월 3주부터 4월 1주까지 3주간 전국 휘발유 판매량은 84만8619㎘로, 작년 같은 기간(84만6511㎘)보다 늘었다. 국제 유가는 폭등하는데 소비가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국제유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다고 소비자들이 보기 때문이다. 정부가 억지로 가격을 눌러놨다는 것을 소비자들은 잘 아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분과 유류세 인하 폭을 반영한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국제 가격 인상분은 국내 상한(가격)에 절반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정유사들의 판단이다. 정부가 '정치적 고려'에 따라 주먹구구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원유 부족 사태가 없도록 비싸더라도 무조건 들여오라"고 정유사들을 압박한다. 그런데 판매가는 낮게 잡힌다. 정유사들은 '역마진'이 현실화했음에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그나마 정유사들이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않는 건 정부가 예비비에 정유사 손실보전용으로 4조2000억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최고가격제가 장기화하면 이 정도로는 정유사 손실을 보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석유판 한전 사태'가 우려된다는 얘기도 무시할 게 아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정부는 한전의 전력 구매 가격에 상한을 두고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 하지만 전기 요금이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전력 소비가 폭증했고 한전의 대규모 부채로 이어진 바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고유가 위기에도 기름 소비는 더 늘어나고, 정유사는 큰 손실을 보며, 재정은 재정대로 소진되는 구조가 굳어질 수 있다.

당초부터 전문가들은 가격 통제에 회의적이었다. 일시적 비상조치로는 괜찮지만, 길어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도 "최고가격제 도입 기간이 길어질수록 초과 수요 발생 등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주요국들이 직접적으로 가격 통제를 하지 않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국·독일·일본은 유류세 인하, 에너지 바우처, 전략 비축유 방출 등 간접 수단을 택했다.

차량 5부제 등 유류 소비 절감 방안과의 상충도 문제다. 정부는 공공부문에는 강제로, 민간에는 자율적 차량 5부제를 통해 유류 소비를 줄이려 한다. 하지만 기름값이 국제가격보다 훨씬 싸게 책정되는 구조에서는 시민들이 에너지 절감 방안에 참여할 유인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동전쟁이 종전되더라도 고유가는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비상조치로 도입한 유류 가격 통제 정책은 이제 재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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