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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 ‘희망 고문’ 아닌 ‘진짜 사다리’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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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6. 04. 12. 18:08

손강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소상공인 특화 신용평가체계(SCB)' 도입방안은 기존 대출 심사 방식의 한계를 보완할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습니다. 대표자의 과거 금융 이력이나 담보 위주의 심사에서 벗어나, 사업장의 미래 성장성을 평가해 신용등급을 끌어올려 주겠다는 취지는 매우 고무적입니다.

오는 8월부터 7개 주요 은행이 시범운영에 돌입하는 가운데, 은행권도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KB일사천리대출' 등 대표 상품을 중심으로 금리 우대와 한도 확대를 제공할 예정이며, 신한은행 역시 우수 고객에게 우대 심사 기준을 적용해 금융 문턱을 낮추겠다는 방침입니다. 하나은행은 SCB 적용을 넘어 전용 맞춤형 상품까지 새롭게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으며, 우리은행은 약 3000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세우고 하반기부터 시범 적용에 나섭니다.

다만, 일선 영업점의 여신 담당자들과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제도의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SCB가 본래 취지대로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짚고 넘어가야 할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먼저 제기되는 문제는 '비계량 모형'의 객관성입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영업 전략이나 서비스 차별성 등 비계량적 속성을 감안해 가점을 부여합니다. 하지만 이를 수치화하는 기준이 모호할 경우, 영업점 창구 직원의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거나 서류 작업에 능한 일부 사업자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습니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명확하고 투명한 세부 기준 마련이 시급합니다.

창구 직원들의 적극적인 심사를 이끌어낼 '면책 제도의 실효성'도 담보되어야 합니다. 당국은 SCB 활용 시 임직원 면책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부실(NPL) 발생 시 담당자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현장의 부담감은 여전합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른 대출이었다면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완벽한 기계적 면책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촘촘히 설계하지 않으면, 현장에서 SCB 모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어렵습니다.

디지털 데이터 위주의 평가가 낳을 수 있는 소외 계층 문제도 짚어봐야 합니다. SCB 주요 변수 중 하나인 '유통플랫폼 성장지수'는 배달 앱이나 포털 리뷰 등을 활발히 관리하는 소상공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반면, 오랫동안 동네 상권을 지켜왔지만 플랫폼 비즈니스에 익숙하지 않은 전통시장 상인 등은 오히려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과금 성실 납부나 오랜 업력 등 오프라인 데이터를 보완적으로 반영하는 장치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금융당국은 이번 SCB 도입을 '미래형 금융으로 가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각 은행이 약속한 '실질적인 금융 혜택'이 소상공인들에게 닿지 못하는 '희망 고문'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본격적인 시범운영 전까지 현장의 우려를 반영한 세밀한 제도 보완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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