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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세 논란 속 ‘영양등급제·치료 급여화’ 부상…비만정책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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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4. 09. 18:06

가당음료 중심 차등 과세안 부상
"가당음료 정책 타깃 합리적"
설탕세 재원 활용한 급여 확대 논의
설탕에 부담금을 매기는 이른바 '설탕세' 논의가 단순한 세금 도입 여부를 넘어 비만 정책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과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비만을 억제 중심으로 볼 것인지 관리 체계로 전환할 것인지 정책의 갈림길도 점차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설탕세와 관련해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문가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설탕세는 말 그대로 설탕 섭취를 줄이기 위해 가격을 올리자는 접근이다. 최근에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이 공동 주최한 정책 토론회에서 가당음료 대상 설탕부담금 도입이 논제로 오르며 다시 주목받았다.

눈에 띄는 것은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관리연구소 교수의 당 함량 기준 3단계 차등 과세안이다. 당 함량에 따라 부담금을 차등 부과하는 구조로, 100㎖ 기준 당류 5g 미만은 면제, 5~8g 구간은 ℓ당 225원, 8g 이상은 ℓ당 300원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설계대로라면 500㎖ 제품 기준 약 150원의 부담금이 붙어 대부분의 탄산음료가 최고 구간에 포함된다. 박 교수가 제시한 안은 영국 제도와 동일한 구조다. 그는 2018년 도입된 '소프트드링크 산업부담금'을 성공 사례로 제시하며 국내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설탕부담금 도입 국가는 2024년 기준 116개국이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설탕이 첨가된 청량음료에 20% 이상의 설탕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문제는 국내 찬반 여론이 여전히 팽팽하다는 점이다. 지난달 전국 소비자 조사에서 찬성 38.3%, 반대 40.0%로 의견이 엇갈렸다.

이 틈에서 등장한 것이 '영양등급제'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식품 전면에 영양 등급을 표시해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건강 수준을 판단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설탕세가 '가격 신호'로 소비를 억제하는 정책이라면, 영양등급제는 '정보 신호'를 통해 선택을 바꾸는 방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만을 예방의 영역에 둘 것인지, 치료의 영역까지 포함할 것인지를 정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틈을 타 대한비만학회는 최근 기존 비만 정책이 예방에 치우쳐 있다고 지적하며 치료 접근성 확대를 요구했다. 이밖에 설탕세를 단순한 억제 수단이 아니라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부담금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비만 치료 급여화나 예방사업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복지부는 현재 비만 치료제 급여화에 대해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제약사의 신청 여부와 함께 안전성, 비용효과성, 재정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설탕부담금의 핵심은 소비를 억제하는 가격 효과보다, 액체 형태의 당 섭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사회 전반의 인식을 바꾸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액체 형태의 당, 특히 가당음료는 포만감을 유발하지 않아 과잉 섭취로 이어지기 쉽고 혈당 급상승을 일으킨다"며 "현실적으로는 가당음료를 우선적인 정책 타깃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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