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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청약시장 왜곡 낳는 ‘분상제’의 역설…손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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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준 기자

승인 : 2026. 04. 09. 17:00

견본주택
서울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예비 청약자들이 단지 모형도를 살펴보고 있다./전원준 기자
건설부동산부 전원준 기자
건설부동산부 전원준 기자
분양가상한제, 이른바 '분상제' 단지는 최근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꼽힌다.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분양가 덕분에 청약 당일이면 수만 명이 몰리고, 경쟁률은 수백 대 1을 가볍게 넘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분상제 적용 여부가 청약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이 제도가 주택가격 안정과 무주택자 보호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택지를 제외하면 서울에서는 용산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가 적용 대상인데, 시장에서는 오히려 분상제 비적용 단지의 분양가가 상급지에 위치한 적용 단지보다 더 높게 책정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서초구에서 청약을 받은 '아크로 드 서초' 아파트 전용면적 59㎡형 최고 분양가는 18억6490만원이었다. 십수억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3만개 이상의 1순위 청약통장을 받았다. 인근에서 곧 집주인을 구하는 '오티에르 반포' 아파트 같은 평형 최고 분양가 역시 이와 비슷한 20억4610만원으로 책정됐다.

반면 강남3구와 인접한 동작구에서는 이보다 높은 분양가가 제시됐다. 같은 평형 기준 노량진동 '라클라체 자이 드파인'은 22억880만원으로 책정됐고, 흑석동 '써밋더힐' 예상 최고 분양가는 약 22억원으로 추산된다.

일부 지역에만 초점을 맞춘 규제가 되레 시장의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르는 과정에서 '로또 청약'을 낳는 한편, 인근 지역의 가격 상승 기대까지 자극하는 기형적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더 혼탁해졌다. 당첨만 되면 십수억원의 차익이 기대되는 구조 속에서 위장전입과 편법 청약이 끊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252건의 부정청약이 적발됐다. 전년 상반기(127건) 대비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아울러 주택담보대출 한도 제한 등 규제로 수십억원에 가까운 현금 마련 부담이 커졌음에도 청약 과열은 좀처럼 식지 않는다. 결국 이 정도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수요를 '무주택 서민'으로 볼 수 있느냐는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왜곡은 공급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상제 적용 지역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들은 후분양은 물론, 준공 이후 분양까지 선택하는 사례가 느는 추세다. 공사비 상승분을 최대한 반영해 수익성을 확보하려는 판단에서다. 이로 인해 주택 공급 시기가 고르게 분산되지 못하고 특정 시점에 쏠릴 수 있다.

정치권과 업계에서는 주택채권입찰제 재도입을 비롯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확대, 민간 분상제 폐지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되고 있다. 향후 폭넓고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를 통해 무주택 실수요자의 공정한 청약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전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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