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기자의눈] ‘아로소 논란’, 본격 출항 전부터 요란한 홍명보호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2.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408010002485

글자크기

닫기

천현빈 기자

승인 : 2026. 04. 08. 14:28

clip20260408141413
홍명보(맨 오른쪽) 감독과 주앙 아로소(두 번째) 수석코치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에른스트 하펠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A매치 평가전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
"포백을 쓰면 왼쪽 풀백 포지션에 문제가 있다" "내게 요구된 역할은 현장 지도자"

2026 북중미 월드컵을 두 달여 앞두고 주앙 아로소 축구대표팀 수석코치가 해외 인터뷰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대표팀의 전술 방향과 취약점을 외부에 대놓고 공개한 셈이다.

아로수 코치는 4-4-2 수비 압박 구조, 스리백과 파이브백을 오가는 전술, 공격시 3-2-5 변형까지 해설하며 전술노트를 읊었다. 그가 포르투갈 매체 '볼라 나 헤지'에 삭제를 요청하면서 해당 기사가 내려가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내용이 이미 다 공개된 후였다.

또 자신의 역할이 '현장 감독'이며 훈련과 경기 운영의 총괄을 맡고 있다는 발언도 논란이 되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프로젝트의 대외적인 얼굴이라는 설명이다. 실권은 수석코치인 자신에게 있고 감독은 상징적인 인물에 불과하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바지 감독' 논란을 촉발했다.

이는 대표팀 권력구조와 리더십 신뢰 문제까지 건드린 파문이다. 논란 타이밍도 최악이다. 월드컵 직전 민감한 시기에 지시 체계에 혼선을 야기했다. 전술 실패 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졌다. 지도 체제 자체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다.

아로소 코치는 해당 인터뷰가 왜곡됐다며 오해가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지 매체는 녹취가 있다며 왜곡은 없다고 맞서고 있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사실 공방 이슈로 장기화할 가능성도 남아 있는 것이다. 단순한 실언이 아닌 대표팀 권한 구조 논란으로 번진 중대 사안인 까닭이다.

대표팀에서 전술은 단순한 경기 운영 방식이 아니다. 상대 분석, 선수 기용 기준, 경기 중 전술 수정 운용 등까지 포함된 일종의 집합적 정보 자산이다. 특히 월드컵을 앞둔 시점에서 전술 정보는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물론 단편적인 인터뷰 몇 문장으로 전술이 완전히 해독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작은 힌트 하나는 상대의 대응 방향을 좁힐 수 있는 정보전의 영역이다. 전술 결정권자의 성향과 전술 수정 권한 위치, 판단 기준 등이 노출되면 상대는 이를 바탕으로 대응 시나리오를 사전에 설계할 수 있다.

과거 유럽 빅리그의 클럽 사례를 보더라도 전술 관련 정보는 철저히 통제돼 왔다. 코치가 전술 설계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지만, 그 구조를 외부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다.

대표팀은 권한 구조와 핵심 전술 정보가 왜 그리고 어떻게 외부로 흘러나왔느냐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명확한 해답 없이 사태를 봉합하려 한다면 이 같은 문제는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대표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전술 정보 관리에 대한 기준 재정립과 내부 통제의 복원이다. 월드컵 경쟁력은 경기장에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각국 대표팀은 보이지 않는 정보의 경계선 위에서 이미 승부를 시작하고 있다.
천현빈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