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제주銀 전면에… 지역 한계 극복
대안신용평가모델로 B2B 경쟁력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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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꺼내든 'ERP 뱅킹' 카드가 혁신을 넘어 신한금융의 기업금융(B2B)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300만 회원을 보유한 더존비즈온의 ERP(전사적자원관리)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비대면으로 편리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 및 스몰비즈 금융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ERP 금융의 주체로 제주은행을 선택한 것도 긍정적 평가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은행이라는 한계를 넘어 디지털 특화 기업금융 은행으로서 고객 확장 등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혁신을 통한 기업금융 경쟁력 강화와 성장이 정체된 지방은행 성장동력 확보라는 일석이조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제주은행과 국내 1위 ERP 기업 더존비즈온은 디지털 기업금융 특화 브랜드인 'DJ 뱅크(Bank)'의 첫 번째 솔루션을 공개했다.
이는 두 그룹 간 탄탄한 지분 동맹이 바탕이 됐다. 2025년 말 기준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 지분 2.04%를 보유하고 있으며, 더존비즈온 역시 제주은행 지분 14.99%와 신한EZ손해보험 지분 2.78%를 쥐고 있다. 양측의 중장기적인 시너지 창출 의지가 확고하다는 평가다.
DJ 뱅크의 핵심은 대안신용평가모델의 도입과 디지털이다. 더존비즈온의 ERP 데이터를 대안정보로 활용함으로써 획일화된 신용평가 체계를 정교화했다. 우량고객 발굴과 잠재 위험고객 식별을 유연하게 해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 활성화와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디지털 기반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별도 채널로 이동할 필요 없이 ERP 안에서 금융서비스를 신청하고 활용할 수 있어 이용 편의성이 혁신적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특히 더존비즈온의 ERP는 자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가 주로 사용한다. 이들의 다양한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소·개인사업자 금융 시장에서 큰 폭의 경쟁력 확보가 예상된다.
실제 그동안 금융사들은 기업 고객을 자사 금융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데 집중해왔다. 대세가 된 슈퍼앱 전략이 좋은 예다. 하지만 DJ 뱅크는 기업의 핵심인 ERP에 직접 침투함으로써 차원이 다른 접근성을 보유하게 됐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에는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고객이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금융 환경을 구축하려는 진 회장의 '보이지 않는 금융' 철학과 특유의 '실용주의' 전략이 반영됐다. 그는 기존처럼 0.1%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주며 기업을 유치하는 소모적인 출혈경쟁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 고객을 은행 앱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 고객의 핵심 업무 공간으로 직접 스며들어 '록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하는 실질적인 돌파구를 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체돼 있는 제4인터넷전문은행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4인뱅의 목적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자금 공급에 집중하는 것인데, 디지털 중심이라는 점과 핵심 고객층이 겹친다는 점에서 DJ 뱅크가 이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DJ 뱅크의 주체로 제주은행을 선택한 것도 진 회장의 묘수로 꼽힌다. 지방은행으로서 제주도라는 지역적 한계가 분명한 제주은행은 2023년 202억원이던 순이익(지배주주 기준)이 2024년 127억원, 2025년 93억원으로 역성장해왔다. 진 회장은 부진한 계열사에 단순한 자금 수혈을 하는 대신, 더존비즈온의 ERP를 무기 삼아 스스로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로써 제주은행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내륙에 오프라인 지점을 내지 않고도 전국의 중소·개인사업자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디지털 기반 B2B 특화 은행'이라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진 회장은 "ERP 뱅킹은 과거의 데이터로 기업을 평가해 온 기존 기업금융의 한계를 넘어보고자 오랜 시간 고민해 온 사업"이라며 "새로운 기업금융 모델의 출발점인 제주은행 또한 지역은행의 한계를 넘어 더 크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