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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축구 ‘초유의 붕괴’, 축협회장 사퇴·부폰 동반 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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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6. 04. 03. 09:34

월드컵 3회 연속 탈락에 책임론 폭발
개혁 요구 속 '구조적 위기' 수면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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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로 사퇴를 발표한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전 이탈리아 축구협회장. /AFP·연합
이탈리아 축구가 결국 대대적인 변화의 기로에 섰다. 세 차례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라는 전례 없는 결과 속에 축구협회 수장이 물러나며 '책임론'이 현실화됐다.

이탈리아축구협회(FIGC)는 2일(현지시간) 가브리엘레 그라비나 회장이 공식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로마 본부에서 열린 회의 직후 직접 사퇴 의사를 밝힌 그는 "구성원들의 지지에 감사한다"는 짧은 입장을 남기고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라비나 회장의 사퇴는 단순한 개인 결단 수준을 넘어선다. 최근 이어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 성격이 짙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하며 또 한 번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2018년 러시아, 2022년 카타르 대회에 이어 세 대회 연속 탈락이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남겼다.

특히 월드컵 4회 우승을 자랑하는 전통 강호가 3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지에서는 '축구 재앙'에 가까운 위기로 평가하고 있다.

사퇴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다. 탈락 직후에도 그라비나 회장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내비쳤지만, 정치권과 축구계 안팎의 압박이 거세지며 입장을 바꿨다.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돌아섰다. 결국 이틀 만에 사임이 확정됐다.

그라비나는 2018년 취임 이후 유로 2020 우승을 이끌며 성과를 냈지만 월드컵에서는 끝내 결과를 내지 못했다. 2022년 북마케도니아전 충격패, 유로 2024 16강 탈락, 그리고 이번 플레이오프 실패까지 이어지며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지도부 공백은 연쇄적으로 이어졌다. 대표팀 단장을 맡아온 '레전드' 잔루이지 부폰 역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06년 월드컵 우승 멤버이자 A매치 176경기 출전 기록을 가진 그는 "대표팀을 다시 월드컵 무대로 돌려놓지 못했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반면 제나로 가투소 감독의 거취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는 탈락 직후 "결과가 고통스럽다"고만 밝힌 채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단순한 지도부 교체로 해결될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탈리아는 2006년 우승 이후 월드컵에서 단 한 번도 조별리그를 넘지 못했고, 최근에는 본선 진출조차 좌절되고 있다. 세리에A의 자국 선수 기용 감소, 유소년 시스템 약화 등 구조적 문제가 장기적으로 누적됐다는 분석이다.

현지 언론들도 "이제는 시스템 전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시점"이라며 근본적인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FIGC는 오는 6월 22일 차기 회장 선거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 전까지는 기존 집행부가 과도 체제를 유지한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본격적인 개편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지만 이탈리아 축구가 깊은 침체에서 벗어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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